마을 포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불무섬. 풀무의 주둥이를 닮아 이름이 붙여진 이 섬은 물이 빠지는 시간이면 건너갈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섬 남쪽에는 용굴이 뚫려있으며, 주변 수심이 깊고 낚시꾼들의 출입도 적어 ‘손맛’을 보기 좋은 곳이다.

마을 주민들이 바다에 나갈 채비를 하며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다.

일상의 소란을 피해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을 때가 있다.

전남 여수 ‘두문포 마을’은 훼방꾼 없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번잡하고 시끌벅적한 관광지와는 다르다. 아담한 포구, 한적한 바다는 사물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볼 수 있게 만든다. 쪽빛바다와 그럴싸한 해변이 없어도 나름 매력적이다.

국내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여수 도심에서도 1시간은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두문포 마을은 마을 전체가 비룡 2마리가 감싸고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남해에서 왜군이 쳐들어 왔을 때 죽포 주민들이 야산에 성을 쌓고 왜군과 싸웠다고 해 ‘두무포’라 불렸다.

그러다 1948년 죽포와 나뉘면서 죽포 마을을 지키는 곳이란 뜻에서 두문포라 부르게 됐다. 비룡에 둘러싸여 있듯 마을을 포근하게 둘러싼 산자락이 이유 모를 안정감을 준다. 산줄기를 따라 왜군을 막기 위해 당시 쌓았던 돌성의 흔적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마을은 ‘수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더 순박해보인다. 마을 포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웅장하게 들어선 ‘돌섬’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 돌섬을 ‘불무섬’이라고 부른다. 풀무의 주둥이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재미있게도 이 불무섬은 물이 빠지는 간조 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게 그 길을 허락해준다. 해식작용으로 인해 섬 남쪽에는 커다란 용굴도 뚫려있다. 만조 때 물이 들어차면 마치 그 모양새가 거북이가 몸을 숨긴 등껍질과도 닮았다.

포구에서 바다를 등지고 바라보는 마을의 모습도 운치가 있다. 노랗고 파랗고, 빛에 바래 물이 빠진 알록달록한 담벼락과 지붕, 그 뒤로 푸르게 펼쳐진 산봉우리가 조화롭다.

여유와 사색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낚시’와 ‘걷기’를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이다.

두문포 마을은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손맛’을 보기 쉬운 낚시 포인트로 입소문이 나있다. 봄이면 제철을 맞은 ‘볼락’을 방파제와 갯바위에서도 쉽게 낚을 수 있다. 그만큼 마을 포구와 해안을 따라 서식하는 볼락이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불무섬으로 건너가면 씨알이 굵은 감성돔도 제법 올라온다. 불무섬 주변은 수심이 깊고 낚시꾼들의 출입도 적어 손맛을 보기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봄철이면 어김없이 갑오징어와 숭어떼가 찾아오고 여름으로 넘어갈 시기엔 서대도 건질 수 있다. 겨울엔 두문포 집집마다 손질해 말리고 있는 물메기 역시 유명하다. 마을 앞에 펼쳐지는 갯벌은 아담하고 물살도 없어 때만 잘 맞으면 갯벌에 나가 조개도 캐고, 게도 잡을 수 있다.

마을 뒤편 교회 뒤로는 산자락과 연결된 입구가 있다. 여수 ‘갯가길 2코스’에 접어드는 입구다. 갯가길은 바다사람들이 굴이나 미역, 파래 등 해산물을 따러, 즉 ‘갯것’하러 다니던 길을 뜻한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던 바닷가 마을 사람들이 걷던 그야말로 생의 길이다.

갯가길은 꾸밈이 없다. 생업을 위해 오가던 길이니 거칠면서도 투박함이 녹아있다. 물론,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한 시설과 장치는 갖춰져 있다.

원래 갯가길 2코스는 무술목을 출발해 월암~두른계~계동~두문포를 거쳐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끝나는 총 5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전체 길이는 17㎞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두문포에서 방죽포 해수욕장까지는 걸어서 약 1시간 남짓이다. 힘들이지 않고 산책 삼아 걷기 좋다. 갯가를 따라, 비렁(벼랑) 위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해수욕장과 수평선 위로 떨어지는 태양, 맑은 날이면 저 멀리 경남 남해의 바다도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좋은 여행도 먹는 것, 맛있는 게 없다면 허사다. 두문포 마을에는 식당이 딱 하나있다. 하나뿐인 식당이지만 알차다. ‘온누리네 횟집’은 주인장이 직접 배를 몰고나가 이각망 그물로 잡은 활어가 주 메뉴다. 당연히 모두 자연산이다. 메뉴도 ‘사시미’(회), ‘매운탕’, ‘해삼’, ‘멍게’로 단출하다. 그날 그물에 걸린 생선에 따라 횟감도 달라진다.

낙지호롱부터 소라숙회, 생선구이, 여기에 지역 특산물로 명성이 자자한 돌산갓으로 직접 김치를 담가 맛깔스럽게 한상 차려놓는다. 큰딸 이름(온누리)을 걸고 장사하는 만큼 밑반찬 하나에도 정성이 들어가있다.

쉬기 위해,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오히려 피로감을 느낀 적이 있다. 사람들에게 치이고, 북적이는 여행지와 달리 여수 두문포 마을은 온전히 편하게 쉬다 올 수 있는 그런 여행지다. 던져놓은 낚싯대와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 바닷바람 불어오는 갯가길을 걷다 보면 일상과 마음의 소란스러움이 자연스레 덜어진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찾아오시는 길]

▶ 승용차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 서해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엑스포대로 → 거북선대교 → 돌산읍 → 두문포마을

▶ 고속버스

센트럴시티터미널 → 여수종합버스터미널(4시간15분) → 시외버스터미널정류장(도보 3분) → 111버스 승차(54분 이동) → 두문포마을 정류장 하차

▶ 열차

KTX용산역 → 여수엑스포역(2시간40분) → 여수엑스포역-L정류장까지 도보이동(2분) → 111버스 승차(49분 이동) → 두문포마을 정류장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