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조은(魚朝恩, 722-770)은 당 숙종, 대종 때의 실세 환관으로 권세를 휘둘렀다. 재상 원재의 사주로 770년 대종의 명으로 처형되었다.

사천성 로주 출신으로 일찍이 궁에 들어왔다. 현종의 태자 이형을 섬기게 되었는데 아부에 능하고 눈치가 빨라 측근이 되었다.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 현종이 장안을 떠나 사천으로 피난가고 756년 이형이 숙종으로 즉위했다. 숙종이 곽자의, 이광필 등 장군들을 믿지 못하자 군영에 파견되 감독하는 일을 담당했다. 757년 장안이 회복되자 내시성(內侍省)의 책임을 맡았으며 장군 칭호를 받았다. 758년 그를 관군용선위처치사로 삼으니 관군용(觀軍容)이라는 명칭이 여기서 비롯되었다. 작전능력이 없어 싸움에 패하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곤 했다. 곽자의도 군권을 박탈당한 적이 있다. 759년 곽자의를 장안으로 돌아오도록 하고 이광필이 삭방절도사?병마원수를 맡도록 계략을 꾸몄다. 762년 조정은 옹왕 이괄을 천하병마원수로 삼아 반군 지도자 사조의를 치도록 하였는데 그의 반대로 곽자의를 부사로 삼지 못했다. 안사의 난이 평정된 후 풍익군공에 봉해졌다.

763년 토번이 장안을 침략했다. 숙종의 뒤를 이은 대종은 하남성 섬주에 군사를 주둔시킨 어조은에게 피난을 갔다. 곽자의 군이 장안을 수복하자 대종을 모시고 장안으로 돌아와 섬주로 돌아가지 않고 권력을 행사하였다. 관군용선위처치사로 금군을 총괄하여 권력과 황제의 총애가 비할 바가 없었다. 섬서성 호현과 중위교에 성을 쌓고 군사를 주둔시켜 토번에 대비하였다. 신책군을 거느려 병권을 좌지우지했다. 오만방자하게 설치면서 조정대사를 제멋대로 했고 인사를 전횡했다. 황제조차도 눈치를 볼 지경이었다. 767년에는 자신에게 하사한 정원을 장경사로 만들어 장경태후의 명복을 빌겠다고 주청했다. 장안의 재목만으로는 모자라 장안 주변의 재목 등을 써 비용이 만억을 넘었다고 한다.

그는 관군용선위처치사, 좌감문위대장군, 겸신책군사, 내시감 등 여러 직책을 갖고 금군을 다스리니 권세가 비할 바가 없었다. 정원진이 숙청된 후 황상이 항상 그와 더불어 군대와 나라 일을 논의했다. 중신을 업신여기고 조롱하니 재상 원재조차도 감히 대응하지 못하였다. 그의 측근들이 권세를 믿고 남의 토지를 빼앗고 사람들을 붙잡아 매질하는 등 횡포를 일삼았다. 그는 매번 주문을 올리면 반드시 황제의 윤허를 받기를 기대하였고 정사에 참여하지 못하면 번번이 화를 내면서 말하였다. “천하의 일이 나로부터 비롯되지 않은 것이 있는가?” 황상이 불쾌한 마음을 갖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의 양자 어령휘가 어렸지만 내급사로 삼아서 6-7급 관원이 입는 녹색 옷을 입었다. 같이 일한 사람들과 다투면 부친에게 늘 고자질하였다. 그는 황제에게 “신의 아들은 관직이 비천하여 같은 또래의 벗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받으니 청컨대 그에게 3품 이상의 고관이 입는 자의(紫衣)를 내려 주십시오” 황상이 답을 하기도 전에 어령휘가 그것을 입고 감사의 절을 하였다. 황상이 억지로 웃으며 말하기를 “어린애가 자의를 입으니 크게 마음에 맞는 모양이구나” 이에 더욱 불쾌한 마음이 깊어졌다.

재상 원재가 황상의 뜻을 헤아려 그를 없애버릴 것을 청하였다. 어조은은 매번 궁궐에 들어오면 경호관 주호로 하여금 100명을 거느리고 자신을 호위토록 하였다. 또한 측근인 섬주절도사 황보은이 밖에서 병사를 거느리도록 하였다. 원재는 주호와 황보은을 황제편으로 만들었다. 한식일에 황상이 궁중에서 술자리를 베풀었는데 잔치가 끝나고 어조은이 영채로 돌아가려 하자 황상이 그를 남아있게 하고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크게 나무랐다. 그가 매우 오만하게 스스로를 변명하자 주호가 그를 사로잡아 목을 매 죽였다. 황상이 “어조은이 조서를 받고 이내 스스로 목을 맸다”고 발표했다. 시신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6백만 전을 내어 장사지내도록 하였다. 이어서 어조은의 무리를 모두 풀어주며 “지금부터 짐이 친히 금군을 다스리겠으니 걱정하며 두려워하지 마라”고 안심시켰다. 권력을 농단한 환관의 비참한 최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