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진(程元振, ?~764)은 당나라 숙종, 대종 때의 실세 환관이다. 숙종의 측근인 환관 이보국을 제거하고 조정의 실권을 장악해 권력을 휘둘렀다. 이보국, 어조은, 구사량 등과 함께 당왕조를 망가뜨린 대표적 환관의 한명으로 평가된다.

정원전은 현재 섬서성 삼원현에 해당하는 삼원 출신으로 어려서 환관으로 궁궐에 들어갔다. 이보국의 신임을 얻어 궁전 안의 궁수를 지휘하는 책임자인 내사생사가 되었다. 이보국이 숙종의 신임을 바탕으로 궁중의 금군(禁軍)을 장악하자 사실상 이인자가 되었다. 숙종이 병환으로 죽고 태자 이예가 대종으로 즉위했다. 이보국은 스스로를 대종 즉위의 공신으로 생각해 말할 수 없는 횡포를 부렸다. 공개석상에서 황제에게 “황상은 다만 궁중에 거처하시고 밖의 일은 이 늙은 노복이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오만방자했다. 이보국의 전횡에 비룡부사 정원진의 불만이 커져갔다. 대종은 정원진을 부추겨 이보국 제거에 나섰다.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한 정원진은 이보국의 행군사마와 병부상서직을 내놓게 하였다. 궁밖에서 살도록 했고 중서령을 파직하고 작위만 박육왕으로 올려주었다. 이보국의 불평을 전해들은 정원진은 그를 용서치 않았다. 자객을 이보국의 집에 보내 토막내 살해했다. 머리와 한쪽 팔이 없어졌다.

이보국 사후 금군이 그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762년 정1품인 표기대장군 겸 내시감이 되었다. 대장군 곽자의에 대한 황제의 두터운 신임을 시기해 자주 황상에게 참소했다. 이에 곽자의는 스스로 표문을 올려 부원수·절도사직을 해직시켜 달라고 요청하였다. 환관 어조은과 공모해 대장군 이광필을 여러 차례 모함하였다. 잦은 참소로 결국 이광필과 그의 동생 이광의가 파직되었다. 곽자의와 함께 당 군대의 중추인 이광필의 파직은 조정에 커다란 충격을 몰고 왔다. 황상은 옹왕 이괄을 천하병마원수로 삼고 곽자의를 부원수로 삼으려 했으나 정원진과 어조은이 이를 막았다. 763년 내진이 재상이 되자 과거 그가 청탁한 것을 들어주지 않은 것에 앙심을 품고 참소했다. 내진은 파주로 유배되고 가는 도중 죽음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번진에서는 모두 정원진에게 이를 갈았다. 동화절도사 이회양도 참소받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763년 토번이 장안을 침공했다. 조정은 옹왕 이괄을 관내원수로 곽자의를 부원수로 삼아 이를 막게 하였다. 변경에서 급보를 조정에 알려왔지만 정원진이 이를 중간에서 막아 황상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토번이 위수를 건너 장안으로 쳐들어오자 군사를 보낼 것을 요청했으나 이를 막았다. 금군이 모두 도망쳐 흩어졌고 황상은 급히 장안을 탈출해 섬주에 있는 어조은의 군대로 도피했다. 장안이 철저히 파괴돼 죽음의 도시가 되었다. 창고와 마을을 약탈하고 민간의 집을 불질러 장안이 텅비게 되었다.

정원진이 표기대장군·판원수행군사마로 군권을 장악하고 장군들 가운데 공로를 세운 사람을 참소하고 질투하였다. 토번의 침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장안을 내준 것도 이광필 등 장군들이 그가 궁중에 있는 것을 꺼려 군사 모집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무서워해 누구도 감히 황제에게 직언하지 못하였다. 태상박사 유항이 감히 상소문을 올려 주장하기를 “반드시 종묘와 사직을 보존하시려면 정원진의 머리를 베고 말을 달려서 천하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황상이 일찍이 그가 자신을 보호하였던 공로 때문에 감히 처벌하지 못하였다. 정원진이 이보국을 도와서 장황후를 죽여 대종이 즉위하는데 공로를 세운 것을 의미한다. 군신들이 하나같이 그를 파면시키든지 주살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결국 763년 11월 그의 관작을 삭탈하고 내쫓아서 고향 삼원으로 돌려보냈다. 764년 장안이 수복되어 대종이 다시 궁궐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 여자의 복장을 하고 사사로이 장안으로 돌아와 다시 기용되기를 도모하였다. 결국 몇몇 관리들과 내통해 정변을 꾀했으나 실패했다. 이에 황제는 반역죄로 그를 진주로 추방했는데 가는 도중에 길에서 죽었다. 이후 조정의 실권은 환관 어조은에게 모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