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유(王維, 699~759)는 성당(盛唐) 시대의 대표적 시인 겸 화가다. 현재의 산서성 분양에 해당하는 분주 출신으로 자는 마힐이다.

사마 왕처렴의 장남으로 출생했는데 모친 최씨는 독실한 불교신자였다. 당의 최전성기인 현종때 주로 활동했는데 성당의 활기가 깊이 느껴지던 시대였다. 개원지치(開元之治)로 상징되는 태평성대였는데 연호가 천보로 바뀌는 740년대 초부터 정치와 경제의 모순이 본격화되었다. 그의 삶은 이런 시대적 흐름과 무관할 수 없었다. 이름 유와 자 마힐에서 불교 특히 유마경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동생 왕진(王震) 역시 뛰어난 문재를 보여 형제가 장안 문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시를 지었으며 10대 중반에는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 721년 진사에 급제해 태악승이 되었다. 그가 당시 세도가인 구공주에게 잘 보여 급제했다는 풍문이 널리 퍼졌다.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왕유가 구공주 집에 가서 비파로 울륜포라는 곡을 기막히게 연주해 신임을 얻었다는 일화다. 그의 탁월한 실력을 감안할 때 믿기 어려운 소문으로 보인다. 태악승을 거쳐 우습유, 감찰어사, 좌보궐 등의 관직을 역임했다. 모친상을 치르기 위해 잠시 관직을 떠났으나 현종 말기 급사중과 같은 요직을 역임하였다.

동생 왕진과 함께 장안에서 많은 권문세족과 교류하였는데 하루는 황족인 영왕의 초대를 받았다. 그의 시녀중에 떡을 잘 만드는 사람의 부인이었던 여성이 있었다. 영왕이 전남편을 불러 서로 대면케 하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영왕이 이 장면을 시로 지어보라고 하자 왕유는 곧바로 “지금의 은총 크지만 옛날 당신의 은혜 잊을 수 없어 꽃을 보아도 눈물만 나네...”라는 시구를 완성하였다. 영왕이 이 시구에 크게 감동 받아 그녀와 전남편이 재결합되도록 하였다고 한다.

755년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자 반군에 사로잡혀 낙양에 끌려가 마지못해 관직을 맡게 되었다. 하루는 안녹산이 응벽지라는 곳에서 연회를 베풀었는데 이때 응벽지라는 서정시를 남겼다. 757년 숙종이 장안과 낙양을 회복하자 반군 휘하에서 직책을 맡은 일로 문책을 받았지만 사면되었다. 이후 중서사인을 거쳐 상서우승이 되었다. 말년에는 섬서성 망천의 별장에서 은퇴 생활을 즐겼다. 초당 시인 송지문의 별장을 구입해 개조한 것으로 주변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곳에서 배적, 구위 등 문우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선비의 삶을 즐겼다.

시선(詩仙) 이백, 시성(詩聖) 두보와 함께 시불(詩佛)로 불리며 당대 3대 시인의 한명으로 평가된다. 문인화에도 뛰어나 남종화의 시조로 존숭받는다. 북송의 시인 소식은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자연시에 뛰어나 동진의 도연명이 발전시킨 자연시가 그에 이르러 한 단계 성숙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망천에서의 은퇴 생활 중 지은 자연시에 수작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7언절구인 위성곡(渭城曲)이다. 친구를 먼 안서도호부로 보내며 느낀 안타까운 심정을 절묘하게 묘사한 시다. “그대에게 권하니 술 한 잔 더 하시오. 서쪽 양관으로 가면 친구가 없을 것이니”(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은 당대의 절구가 아닐 수 없다. 자를 마힐로 지을 정도로 불교에 깊이 빠져 장안 남쪽에 있는 ‘향적사를 찾아가서’(過香積寺)라는 유명한 시를 남겼다.

그는 반관반은(半官半隱)의 생활을 즐겼다. 천보 연간 재상을 19년이나 역임한 이임보의 전횡에 환멸을 느껴 소극적인 공직생활로 일관했다. 자주 종남산의 별장에 은거했다. 강남 3대 누각의 하나인 무창의 황학루에 관해서도 명시를 남겼다. 강태수를 전송하다(送康太守)라는 시로 740년 전중시어사 벼슬에 있으면서 영남 지방으로 출장가던 중에 지은 시다. 전기의 작품보다 후기의 작품에서 더 강한 자연성과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 묘사에 강하고 자연의 현상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왕맹위유(王孟韋柳). 왕유 맹호연 위응물 유종원과 함께 자연시를 대표하는 당나라 시인의 한명이다.

<초당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