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이 20~40%에 달하는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여 만에 국내에서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광주와 전남에서도 이 환자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한 명의 밀접 접촉자와 12명의 일상 접촉자가 확인돼 자택에 격리 중이거나 증상 유무를 관찰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서울에 사는 A(61)씨가 그제 오후 4시께 서울대병원에서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A씨는 20여 일간 쿠웨이트에 업무로 출장을 갔다가 전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귀국했다. A씨는 설사 증상을 보였지만 공항 검역에서는 의심을 받지 않고 입국장을 통과했다가 4시간 만에 민간 병원에서 의심 환자로 분류됐다. 정부의 검역 체계에 허점을 노출한 것이다.

정부는 이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 등 밀접 접촉자 21명을 격리 조치하고 메르스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광주에선 A씨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2ｍ 이내 거리에 있었던 B씨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택 격리 중이다. 또 광주·전남에서 12명이 A씨와 항공기에 동승한 일상 접촉자로 파악돼 잠복기인 14일 동안 관할 보건소가 유선·문자로 연락하고, 의심 증상 발현 시 연락하도록 하는 ‘수동 감시’ 중이다.

메르스는 국내에서 지난 2015년 5월 20일 환자가 처음 발생해 같은 해 12월 23일 ‘상황 종료’가 선언될 때까지 186명이 감염되고 그 중 38명이 사망해 엄청난 공포를 안겼다. 이로 인해 인구 이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방역 강화를 통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지역 사회에서 2차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접촉자 조사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시민들도 중동 지역에서 환자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여행을 자제하고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