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602~664)의 속명은 진위로 하남성 구씨현 출신이다. 서역을 다녀와 많은 불교 경전을 들여왔으며 경전 번역으로 중국 불교와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지방관을 지낸 진혜의 4남으로 머리가 영특했다. 출가한 둘째 형 진소가 낙양의 정토사에 있었는데 아홉 살 때 그를 절로 데리고 가서 불경을 공부시켰다. 집안이 어려워져 입을 하나 줄이려는 의도였다. 유마경, 법화경 등 기본 경전을 배웠다. 어느 해 낙양에서 27명의 승려를 정식 승려로 삼는다는 칙령이 내려왔다. 나어린 현장은 응모자격이 없었지만 선발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 보았는데 선발 책임자 정선과의 눈에 띄었다. 정선과는 ‘승려가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라고 현장에게 질문하니 “석가의 가르침을 받아 그 법을 현세에 빛내고 싶습니다” 고 답하였다. 답변에 감동 받은 정선과는 그를 선발하기로 하였다. “만약 이 아이를 선발하면 반드시 불문의 귀재가 될 것이다”고 선발관에게 말하였다고 한다. 일찍부터 현장의 비범함이 드러나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수나라 멸망후 당왕조가 장안에 수립되자 과거 낙양에 있던 고승들이 사천의 성도로 옮겨갔다. 형과 함께 성도로 가 공혜사에 머무르면서 불경 공부에 집중했다. 622년 구족계(具足戒)를 받아 정식 승려가 되었다. 그는 다양한 종파의 경전을 공부했는데 기존 불경의 해석에 오역이 많고 해석이 분분해 불교의 교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고민 끝에 직접 서역으로 가서 원전을 접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인식하였다. 태종 정관원년(627년) 서역을 향해 장안을 출발했다. 난주, 양주를 거쳐 과주, 이오에 도착했다. 정관 2년에는 고창왕 국문태의 요청으로 고창국에 잠시 머물렀다. 이후 사마르칸드, 쿤드르 등을 거쳐 카비시국에 도착했다. 이후 갖가지 역경을 극복하고 631년 목적지인 인도의 나란다사에 도착했다. 5년여 세월에 걸쳐 깊이 있는 경전 공부로 나란다사에 있는 1만여명의 학승들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성취를 이룩했다. 이어 수년에 걸친 인도 편력 여행에 나서 불법에 일가를 이루었다. 641년 귀국길에 올라 대설산(大雪山)을 넘고 파미르를 횡단해 카슈가르, 쿠스티나를 거쳐 644년 돈황에 도착했다. 645년 정월 장안에 도착했다. 재상 방현령의 영접을 받고 낙양으로 가 태종을 접견했다. 장장 18년에 걸친 서역 성지 순례였다. 대승, 소승 불교의 제 학설을 두루 섭렵하고 사리 150개, 불상 7개 경전 647부 등을 가지고 귀국했다. 646년에는 태종의 명을 받들어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를 완성하였다.

태종은 귀국한 그에게 환속해 정사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황제의 뜻을 거부하고 가져온 불경과 불상을 장안의 흥복사에 모셨다. 현장은 그후 제자들과 함께 75부, 1335권을 번역하였다. 모두 133만자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이었다. 당나라 시대에 번역된 경전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대반야경’ ‘심경’ ‘혜민심경’ ‘유가사지론’ ‘성유식론’ 등이 대표적 경전이다. 664년 입적할때까지 매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불경 번역에 전념했다. 원문에 충실하면서 우아한 문장으로 불경을 번역했다. 구마라습, 진체와 함께 중국 불교의 3대 번역가로 평가되었다. 귀국 후 20년간 계속된 불경 번역 사업은 중국 불교의 융성 및 동양문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유가론과 성유식론으로 대표되는 유식학을 창시하였다. 중국 승려 규기와 신라 출신 원측이라는 걸출한 제자를 두었다. 둘은 유식학의 쌍벽을 이루었다. 규기는 자은사를 중심으로 원측은 서명사를 중심으로 형성, 전승되었다. 664년 만 62세로 입적했다. 그는 산골짜기 외진 곳에 자신을 안치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고종은 그의 유골을 장안 동쪽 교외의 백록원에 묻었다. 현장을 존경한 고종은 그의 유골이 안전한지 노심초사했다. 측천황후가 669년 유골을 장안 남쪽의 소릉원으로 이장하고 흥교사를 세웠다. 그는 불교의 경장(經藏), 율장(律藏), 논장(論藏)에 능해 삼장법사로 호칭되었다.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