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 순천시장(54)이 꿈꾸는 순천은 모든 시민이 행복한 도시다. 몇 사람이 잘사는 순천이 아니라 모두가 잘살고 행복한 도시다. 다소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가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들여다본다면 입에서 뱉는 말이 아닌 가슴으로 전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GNP(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을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고 표현했다. 잘사는 기준을 경제 규모가 아닌 구성원들 행복의 총합으로 규정한 것이다.

허 시장은 행복을 위한 방법론을 다섯 가지 구호에 담았다. 청렴한 신뢰도시, 편안한 안전도시, 따뜻한 복지도시, 넉넉한 경제도시, 행복한 문화도시가 그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행정을 시민들의 행복에 맞춰 하겠다는 다짐이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시민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시민행정을 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녀노소 누구나 편한 도시로 만드는 유니버셜 디자인에서 시정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행정철학이 눈길을 끈다.

▲살아 오면서 철칙으로 삼아왔던 말이다. 나무는 목수가, 교통문제는 택시나 버스기사가 가장 잘 안다. 듣는 귀를 활짝 열고 입술은 가능하면 닫는다는 생각으로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순천, 시민과 함께’라는 슬로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행정의 방점이 시민에 찍혀 있다.

▲시장과 공무원의 존재 이유는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행정의 중심을 시민에게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민행정을 위해 시정 운영 원칙을 ‘포용’과 ‘혁신’에 뒀다. 학연과 지연,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매관매직의 고리를 끊겠다. 공정한 인사시스템으로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고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

예산기준으로 10억원이 넘는 사업을 추진할 때는 시민배심원제(숙의민주주의)를 도입해 특혜성·낭비성 사업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시민행정의 사례다.

-북한의 순천시와 자매결연을 가장 먼저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그 배경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정책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하기로 했다. 평남 순천은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데 교육의 도시이자 철도교통의 요충지다. 비날론 공장과 시멘트 공장 등 산업단지로 둘러싸여 있는 점도 닮았다.

북한 순천과 자매결연을 맺으면 순천대와 지역 기업들에게도 교류와 협력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생태관광 프로그램 등 민간차원에서 먼저 교류가 시작될 것이다.

-유니버셜 디자인을 표방했는데 순천의 그랜드 디자인이란 점에서 관심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유니버셜 디자인 순천’은 한마디로 모두가 편한 순천이다.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이 편할 것이고 하이힐 신은 여성이 편하면 운동화 신은 남성은 더 편할 것이다. 예를 들면 거동이 불편한 어른신이나 장애인들을 위해 보도와 버스 바닥의 높이가 같도록 버스정류장을 정비해 나가겠다. 모두가 편한 순천을 만들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유니버셜 디자인 도시가 되도록 하겠다.

-청년이 돌아오는 순천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눈길을 끈다.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일자리와 주거 문제다. 두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결혼을 하고 출산으로 이어져 사회가 활력을 유지하게 된다. 일자리 문제는 호남 최대의 창업보육센터를 만들어 아이디어만 가지고 들어오면 특허·수출입·세무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되도록 지원하겠다.

주거문제는 2022년까지 신혼부부 1000세대에 반값 임대주택을 공급할 생각이다.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원도심쪽에 건축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청년들의 결혼을 돕기위해 2000만원 범위에서 2년동안 이자 3%를 지원할 생각이다.

-신대지구에 전남도 제2청사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연향동에 있는 전남도동부지역본부는 낡고 비좁아 동부권 지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제2청사 유치는 전남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동부권 주민들에게 보다 폭넓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신에도 부합한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동부청사 개념의 종합 행정타운을 만들겠다.

-봉화산 출렁다리의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민선6기 사업의 승계 여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봉화산 출렁다리는 자연경관 훼손과 경제성 문제로 순천환경운동연합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는 등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심하다.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다른 장소로 이설할지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시민 여론을 수렴하겠다.

용계산 프로젝트인 순천 기적의 숲 조성사업과 잡월드 등 나머지 전임 시장시절 사업은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할 방침이다. 순천의 비전은 민선6기에 이어 7기에도 ‘대한민국 생태도시 순천’이다. 순천만 연안습지와 동천하구습지를 연결하는 생태축으로 세계 최대의 생물다양성 도시로 만드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허석 시장을 만나고 나오면서 문득 어떤 문구가 떠올랐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격언이었다. 그는 시민과 함께 보폭과 눈높이를 맞출 준비가 충분히 돼 있었다.

정중동(靜中動)이지만 향후 4년동안 순천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예감할 수 있었다. 포용하면서도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시정 운영 원칙에서 조용하지만 꿈틀대는 변화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다. 또 모든 기준이 시민의 행복에 맞춰져 있어 혁신이 진행되더라도 남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4년후 순천의 국민총행복 지수는 얼마나 될까.

/순천=김은종 기자 ejki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허석 순천시장은



허석 순천시장은 정치인이기에 앞서 재야에서 노동문제 전문가로 유명하다. 순천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정작 그는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았다. 1980년대 학생운동의 일환으로 인천 등 경기지역의 프레스 공장에 위장취업해 7년동안이나 일했다. 위장취업 대학생들의 상당수가 오래 버티지 못했지만 그는 손목이 잘릴 뻔한 일을 겪으면서도 열심히 일해 사장으로부터 진짜 근로자같다는 칭찬을 들었다고 한다.

1990년대 초 낙향해선 노동문제연구소를 차리고 근로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일에 천착했다. 체불임금과 산업재해, 부당해고 등 근로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일조를 했고 전남 동부권 민주노총 출범에도 산파 역할을 했다.

10년동안 ‘순천 시민의 신문’ 대표를 맡아 자본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론직필 언론의 모델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후보로 두 번 도전만에 순천시장의 꿈을 이뤘다. 오랜 시민단체 및 언론 활동으로 시민들과 현장에서 호흡해 온 만큼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전남도의원을 지낸 허강숙 전남도 여성가족정책관이 누나로 성공한 남매 정치인이란 기록을 갖게 됐다.



*분야별 10대 핵심공약

-[청렴] 청렴도 지수 상향

-[소통] 광장토론회 정례화,행정정보 공개 확대

-[안전] 사람 중심의 안전하고 편안한 디자인 도입

-[복지·노인] 치매·요양 안심서비스 시행,고품격 실버타운 건설

-[아동·청년] 어린이집 전면 무상교육,청년취업 지원금 지급

-[교육] 마을학교 활성화,중·고교생 교복 지원

-[경제] 호남 최대 창업보육센터 운영공유경제 활성화

-[농업] 농축산물 가격 안정기금 조성·운영

-[생태·문화] 세계적인 생물다양성의 도시 순천

-[교류·협력] 남북한 순천 교류 협력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