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경제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맞닥뜨렸다. 지역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수입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움직임,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급작스런 고용환경 변화를 빠르게 수용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자칫 저성장의 벽에 갇힐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생산성 향상 없으면 고용 감소로 ”=한국경제연구원은 16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제 시행 뒤 생산성 향상과 자본 가동률이 확대되지 않을 경우 ▲2019년 10만3000개 ▲2020년 23만3000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 감소를 막으려면 생산성은 현재보다 평균 1% 더 증가해야 하고, 자본 가동률은 약 5% 증가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 때문에 주 52시간 근로제를 본격 시행중인 광주·전남 300인 이상 134개 기업들도 줄어든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생산성 향상 방안을 마련하는 게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대우전자와 대유위니아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해진 시간 내 맡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근무시간 내 회사를 찾아온 손님과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시간도 부쩍 줄었다는 후문이다.

◇고율 관세,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수출 직격타=기아차 광주공장은 지난해 전체 생산량(49만2233대)의 37.3%인 18만 3959대를 미국으로 수출해온 만큼 관세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수출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 물량은 84만5319대로, 대당 평균 수출 금액은 1만 7185달러였지만 관세 25%가 부과되면 대당 4296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현재 미국 시장 가격할인(인센티브 등)이 대당 2000달러 안팎 등을 고려하면 4000달러 이상 늘어나는 것은 시장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광주지역 자동차 대미 수출액의 경우 지난 2015년 34억3900만달러에서 지난해 29억400만달러로 주저앉는 등 감소세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으로 해외 수출 품목과 피해액은 더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경제계에 드리운 먹구름도 쉽게 걷히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저임금발 고용 한파 지속될 우려도=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고용률은 59.2%로 1년 전인 59.7%보다 0.5%포인트 감소했다. 광주지역 고용률이 1년 전보다 떨어진 것은 지난 2016년 12월 이래 처음이다.

전남지역 고용률도 62.9%로 1년 전(63.1%)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14만6000명으로 역대 최저다.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3년 1월 이후 가장 적고 1년 전(17만2000명)보다는 무려 15.2%(2만6000명) 급락했다. 고용 창출력이 큰 광주지역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달 11만3000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2만명에 비해 7000명(5.9%) 줄었다. 광공업 취업자도 11만4000명으로 1년 전 12만1000명보다 6.3%(8000명) 감소했다. 전남도 비슷하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0만명으로 1년 전보다 3.6%(4000명) 감소했고 광공업 취업자(10만1000명)도 1년 전보다 4.4%(5000명) 줄었다.

경제계에서는 여기에 2019년 최저임금 인상이 맞물리면서 자칫 지역 경제 체력을 떨어뜨려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역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미국 고율 관세 부과 등에 적극 대처하는 한편, 국내 경제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들의 허리를 받쳐줄 상가임대차보호법, 가맹점사업법,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