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肅宗, 711-762)은 당나라의 7대 황제로 현종의 3남이다. 이름은 이형으로 안녹산의 난을 평정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 비운의 황제다.

모친은 양씨로 섬서성 홍농 화음의 명문가 출신이다. 710년 훗날 현종이 되는 임치왕 이융기와 혼례를 치뤘고 다음해 이형을 출산했다. 이융기의 정처인 왕씨가 소생이 없어 일찍부터 그녀의 사랑을 받았다. 715년 이복형 이영이 황태자로 책봉되자 다음해 안서대도호에 제수되었다. 하지장, 반숙, 여향, 황보빈 등 당대의 명사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학업에 전념했다. 15세때 충왕(忠王)에 봉해졌다. 738년 현종은 태자 이영이 죽자 충왕 이형을 새로운 태자로 삼았다. 황제는 수왕 이모와 충왕 이형 사이에서 결정을 못내리고 미적거렸다. “맏아들을 밀어서 세운다면 누가 감히 쟁론하겠습니까”라고 주장하는 환관 고력사의 말을 듣고 충왕을 낙점했다.

그의 가정사는 순탄치 않았다. 위씨와 두씨와 두 번이나 이혼하는 아픔을 경험했다. 셋째 부인이 황후 장씨다. 장씨 가문은 조모가 현종의 모친 소성태후와 친자매간으로 황실과 가까웠다. 19년간 재상을 지낸 이임보와 정치적으로 대립해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두 번의 이혼도 이임보 정략의 희생물이었다. 752년 이임보가 죽은 다음에는 양귀비의 친척 오빠 양국충과 대립관계를 형성했다. 둘 사이의 암투가 심화되었다. 755년 하북에서 거병한 안녹산의 난으로 모든 것이 급변했다.

안녹산의 군대가 낙양을 점령하고 장안 외곽의 동관을 돌파하자 현종은 부득이 사천으로 피난을 떠났다. 이 와중에 장안 외곽의 마외에서 변이 발생했다. 다수의 군사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재상 양국충을 살해하고 양귀비의 처형을 요구했다. 표면적으로는 용무대장군 진현례와 충왕의 측근인 환관 이보국이 꾸민 정변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이보국을 보내 진현례를 끌어들여 양씨 일족을 제거하기 위한 치밀한 음모극이었다. 현종이 장안을 떠날 때 충왕은 정예인 비룡금군을 통솔하고 있었다. 마외에서 양국충이 토번 사신과 실랑이 하는 중 일단의 병사들이 “재상이 이민족과 모반을 꾸미고 있다”고 고함쳐 양국충을 죽이고 양귀비의 누이 한국부인과 재상 위방진을 죽였다. 양귀비도 고력사에 의해 목졸려 죽었다. 일순간에 태자가 권력을 장악한 것이다. 결국 현종은 사천으로 피난가고 충왕은 별도로 이동해 피난지 영무에서 756년 7월 숙종으로 즉위한다. 현종이 양위함으로써 황제 교체의 정통성 시비가 불식되었다.

곽자의, 이광필, 복고회음의 군대를 끌어들여 하북에서 안녹산군과 싸웠다. 명신 이필의 보좌를 받아 조정을 이끌었다. 제오기를 기용해 소금의 전매법을 실시해 강남지방의 풍부한 재원을 확보해 전비로 충당했다. 757년 안녹산이 아들 안경서에게 살해당해 반군이 혼란에 빠졌다. 이광필이 태원을 회복하고 낙양과 장안이 회복되어 12월 숙종과 태상황 현종이 수도 장안에 입성했다. 그러나 안녹산의 부장 사사명의 제거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사사명은 범양에서 재봉기해 하북지방을 유린했다. 양측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761년 사사명이 어린 아들 사조청에게 권좌를 넘기려다 아들 사조의에게 목졸려 죽었다. 그러나 조정의 내분으로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760년에는 전국에 기근이 들어 쌀 1두의 가격이 1500문에 달해 많은 백성이 굶어죽었다. 이보국과 장황후가 군권을 장악했으며 현종을 감로전에 유폐시켰다. 숙종의 병이 깊어진 상태에서 건녕왕 이담이 이보국의 모함으로 죽는다. 장왕후가 월왕 이예를 옹립하려다 실패해 유폐되고 현종도 세상을 떠난다. 762년 5월 충격을 받은 숙종이 죽고 태자 이예가 대종으로 즉위한다.

숙종의 치세는 난정의 연속이었다. 반군을 진압하기 위해 토번과 회흘을 끌어들여 두고두고 왕조의 화근이 되었다. 이보국의 참소만 믿고 건녕왕 이담을 죽인 것도 커다란 실책이었다. 무엇보다도 사사명 제거에 실패해 반란이 수년간 더 지속되도록 한 것은 숙종의 최대 실정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중당(中唐)의 혼란을 초래한 암군(暗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