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자의(郭子儀, 697~781)는 섬서성 화주 정현 출신으로 자는 자의다. 안녹산의 난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웠고 두 번 재상에 발탁되는 등 4대에 걸쳐 조정에 봉사했다.

부친 곽경지는 수, 위, 계 등 5주 자사를 역임했다. 안녹산의 난 이전의 군인생활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키가 6척을 넘는 거구였다고 전해진다. 749년 내몽고 오연현 횡새군 군사로 임명되고 좌위대장군에 배임되었다. 755년 59세때 안녹산의 난이 일어났다. 난이 발생하자 안녹산의 일족인 삭방절도사 안사순 대신에 절도사에 발탁되었다. 삭방절도사는 10명의 절도사 중 군사력이 4번째에 달하는 요직이었다. 안녹산의 대동군사 고수암을 격파하고 대동병마사 설충의가 산서성 정변군을 공격해오자 대파해 공으로 어사대부를 겸하게 되었다. 756년 낙양과 하북을 탈환할 것을 명받았다. 이광필을 추천해 그를 하동절도사로 삼았다. 둘이 군사를 모으니 총병력이 10만에 달했다. 안녹산의 부장 사사명을 하북에서 격파했다. 하북성 박릉을 장악해 안녹산이 낙양에서 고립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재상 양국충의 오판으로 장안의 외곽인 동관이 돌파되면서 전황이 다시 반전됐다. 현종은 사천으로 피난을 갔다. 대신 재위에 오른 숙종 아래서 하동부원수가 되어 숙종의 아들 광평왕 이숙과 함께 회흘과 연합해 수도 장안 회복에 성공했다. 그 공적으로 중서령이 되고 후일 분양군왕에 봉해졌다.

이후 어조은의 참소를 받아 1년 이상 장안에 머물며 군사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였다. 오랜 전란으로 재정이 고갈돼 하동 일대 번진의 군인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었다. 762년 폭동이 일어났다. 하동에 연고가 깊은 그가 재발탁되었다. 반란 주동자들을 처벌하고 민심을 보살펴 하동지역의 안정을 회복했다. 중병에 걸린 숙종은 임종 직전 그를 침실로 불러 “하동의 일을 모두 경에게 맡기오”라고 당부했다. 대종이 즉위하자 환관 정원진이 조정의 실권을 장악했다. 정원진은 그의 군권 장악을 극력 경계해 참소하니 부원수·절도사직을 사직하였다.

763년 토번이 변경을 침략했다. 조정이 놀라 옹왕 이괄을 관내원수로 곽자의를 부원수로 삼아 함양에서 방어케 하였다. 함양에서 모은 병사가 수백에 불과했다. 토번은 장안을 공격했다. 대종은 장안을 떠나 섬주로 피신했다. 토번은 광무왕 이승굉을 황제로 옹립하고 우가봉을 재상으로 삼았다. 그는 간신히 4천의 병력을 모았는데 20만명에 달하는 토번군을 장안에서 쫓아내는 계책을 꾸몄다. 토번군을 측면에서 교란하고 당의 대군이 몰려온다는 소문을 퍼뜨려 토번군이 장안에서 철수토록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는 경성유수가 되어 수도의 치안 회복에 나섰다. 토번의 장안 침공을 막은 그의 공적은 실로 대단했다. 그러나 정원진이 토번의 위협을 막는다는 이유로 낙양천도 계획을 세웠다. 그는 “토번을 막지 못한건 인재를 잘못 써서이지 지리적 위치가 나빠서가 아니다”고 반박해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복고회은이 반란을 일으켜 회흘, 토번과 연합해 당을 괴롭혔다. 이광필이 이미 세상을 떠나 그만이 난을 막을 수 있었다. 그는 대종에게 “복고회은은 본래 신의 부하였으므로 차마 서로 칼끝을 겨누지 못할 것입니다”고 말하였다. 몇 차례 남하하는 와중 복고회은이 진중에서 병사했다. 그는 회흘과 직접 담판을 지어 협상을 성공시켰다. 결국 회흘과의 동맹과 토번의 패배로 복고회은의 난이 마무리되었다.

대종이 붕어하는 799년까지 당 왕조의 운명은 사실상 그의 양 어깨에 달려있었다. 대종의 딸 승평공주가 여섯째 아들 곽애와 결혼하니 황제와 사돈지간이 되었다. 새로 즉위한 덕종은 그를 상보로 높여 불렀다. 실봉을 2천호까지 늘려주고 자식과 사위들 10여명의 관직을 승진시켜 주었다. 그가 가진 군권은 이회광, 상겸광, 혼강에게 귀속되었다. 781년 그가 죽자 조정은 5일간 휴무하였다. 상여가 지나가자 덕종은 안복문으로 나가 곡을 하였다. 시호는 충무다. 8명의 아들과 7명의 사위가 모두 입신출세 하였다. 장수하고 자손도 번창해 뒷날 부귀공명의 상징으로 존숭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