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녹산(安祿山, 703∼757)은 현종때의 무장으로 756년 난을 일으켜 당왕조 쇠망의 주역으로 평가된다.

외국계 혼혈인 잡호(雜胡) 출신이다. 라오닝성 차오양현 출신이다. 부친은 이란계 소그드인 무장 안연언이고 모친은 터키족 돌궐계로 알려져 있다. 부친 사망 후 모친이 돌궐족 장군과 재혼해 계부 밑에서 자랐다. 유주절도사 장수규 눈에 띄어 여러 차례 전공을 세워 승진을 거듭했다. 장수규의 양아들이 되고 742년 평로절도사에 발탁되었다. 744년에는 범양절도사를 겸하였다. 재상 이임보와 석건후, 배관 등 중신이 공평하고 정직하다고 칭찬해 현종의 신임이 두터워졌다. 전투에서 기이한 전략으로 승리를 거두곤 했는데 때로는 무리한 공격으로 많은 장병을 잃고 패전을 기록하기도 했다. 거란과 싸울 때는 적을 초청해 연회를 연 다음 죽여 버리는 일도 스스럼없이 자행했다.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에게 뇌물 공세를 펼쳐 자신에게 유리한 보고가 올라가도록 힘썼다. 전형적인 정치군인이었다.

재상 이임보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비한족 출신을 절도사로 발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안녹산, 고선지 등이 크게 혜택을 입었다. 그러나 비한족이 군사력을 장악함에 따라 조정의 안위가 위태로워졌다. 노회한 이임보에게는 늘 굽신거렸다. 한겨울인데도 그의 앞에서 땀을 비오듯 흘렸다. 일찍이 재상 장구령은 그의 관상을 보고 모반의 징후를 느꼈다. “안녹산의 얼굴에는 모반의 상이 있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반드시 훗날에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현종과 양귀비의 신임을 받으면서 권세가 높아졌다. 황제는 743년 입궐한 그에게 홍려정에서 큰 환송연을 베풀었다. 심복인 유락곡을 장안에 상주시켜 궁중의 동정을 빈틈없이 파악했고 조정 중신에게 아낌없이 뇌물을 뿌려 자기 사람을 곳곳에 심었다. 746년 거란을 격파하는 공을 세워 장안에 입성했다. 양귀비의 언니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귀비의 양자가 되었다. 하루는 현종이 그의 거대한 배를 보고 “자네의 그 배안에는 대체 무엇이 들었는가”고 물었다. 체중이 300근이고 뱃살이 무릎까지 늘어져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오로지 붉은 마음만 있습니다”고 답하였다. 태자를 알현하는데 절을 하지 않았다. 배석한 신하들이 절을 하도록 재촉했지만 팔짱을 끼고 서서 말하였다. “신은 호족 사람으로 조정의 예를 배우지 못해 태자라고 것을 모르는데 무슨 관직인가?” 황제가 “짐을 대신해 너의 주군이 될 분이다”고 말하자 마지못해 절을 하였다. 황제가 더욱 총애하였다. 그의 생일에 귀비는 그를 비단으로 만든 강보에 싸고 비단으로 장식한 가마에 싣고 궁녀들이 가마를 둘러매게 했다. 현종이 목욕비로 거액을 하사했다고 한다.

752년 이임보의 뒤를 이은 양국충과의 갈등이 불가피했다. 양국충은 안녹산을 적으로 간주해 여러번 황제에게 반역할 것임을 주청했다. 계속된 주청에도 신임을 거두지 않았던 황제는 범양에 파견한 보구정에게 뇌물을 뿌리는 사건이 일어나자 의심하기 시작했다.

특히 태자 이여가 강한 적대감을 품고 있었다. 태자와 재상과의 갈등이 깊어지자 모반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결국 755년 어양에서 15만 병력을 움직여 거병했다. “밀조를 받들어 양국충을 치고자 한다”는 것이 거병의 이유였다.

백거이의 장한가에는 “어양의 북소리가 땅을 울리며 거병했다”고 거병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조정은 그의 위세를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범양, 평로, 하동절도사로 당 군사력의 3분의 1을 장악한 반란군의 기세는 무서웠다. 낙양을 함락시키고 756년 스스로 웅무황제로 칭하면서 국호를 연으로 연호를 건무로 정했다. 동관을 돌파하고 장안을 점령했다. 그러나 그의 최후는 비참했다. 장안 점령 무렵 실명 직전이었고 갖가지 병으로 매우 광포해졌다. 주변 사람들을 자주 죽여 공포 분위기가 팽배했다. 젊은 부인이 낳은 안경은을 태자로 세우려하자 차남 안경서가 부친을 살해했다. 그러나 반란을 진압하는데 7년여 세월이 소요됐고 당은 이후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