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방법, 합리적인 체계를 좋아한다. 소설도 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어떤 문장을 넣고, 어떤 원리에 따라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중략) 나는 문학을 공부하는 과학도이고 싶다.”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 이갑수가 2012년 ‘문학과사회’(여름호)에서 한 인터뷰다. 그의 말에서 보듯 관심사는 ‘인간 세계의 작동 원리’에 있다. 마치 수산화나트륨과 염산을 일대일로 섞으면 소금물이 되듯이, A의 상황에서 B의 특성을 가진 인물 C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서사를 이끌어나간다.

이 작가의 첫 소설집 ‘편협의 완성’이 나왔다. 등단작 ‘편협의 완성’으로 “제목의 ‘편협’과 달리 매우 타자 지향적인 소설”이며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준다는 평을 받았던 작가가 7년 동안 다듬은 7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이 묶였다.

무엇보다 작가의 서사는 예상을 비껴가며 펼쳐진다. 표제작 ‘편협의 완성’에서는 코카콜라가 달에 광고판을 설치하고 ‘T.O.P’에서는 전쟁에 무림고수였던 사람이 자판기로 태어나 부업으로 유명 연예인을 경호한다.

7년 만에 묶은 첫 소설집이라고 해서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빠지는 작품 없이 고르게 자기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아마도 작가는 향후 자신이 써나가고자 하는 주제를 흔들림없이 그러나 유연한 자세로 다채롭게 내보일 것이다.

이 작가는 “이제 나는 내가 읽고, 쓴 문장의 총량이 나의 재능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재능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것도”라고 밝힌다.

〈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