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80년 5월 21일) 계엄군이 광주에서 헬기사격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미국 정부의 문서〈사진〉가 발견됐다. 그동안 시민들의 증언과 전일빌딩(옛 광주일보 사옥) 기총소사 탄흔 발견, 국방부 특조위 조사로 헬기 사격이 사실로 드러났으나, 이를 확인하는 미국측 문서는 처음이다. 또다른 문서에서는 5월 21일부터 최소 22일까지 공중에서 총격이 진행됐다는 정황도 담겨 있어 주목된다.

광주일보가 21일 발굴한 미국 국무성 전문(80년 5월21일자)에는 “군중들이 해산하지 않으면 헬기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고 실제로 총이 발사됐을 때 엄청난 분노가 일어났다”(Crowds were to disperse or be fired on by Helicorp-ters. But there was great indignation when firing actually took place)고 적혀있다.

이는 당시 미국대사관이 국무부로 전송한 것으로, 5월21일 광주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다. 전송 시간은 1980년 6월 10일 오전 9시43분이다. 문서에는 당시 광주에 머물고 있던 미대사관 정보원이 취합한 정보가 담겼다. 시점을 과거형으로 사용한 점으로 미뤄 항쟁이 끝난 이후인 6월 10일 종합적인 상황을 정리해 송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보원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문서에 따르면 군중들을 향해 헬기공격이 진행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고 실제로 헬기에서 총격이 이뤄졌다. 다만, 해당 문서에는 헬기 사격이 자행된 정확한 시각과 장소는 기재돼 있지 않다.

전문의 작성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미 대사관의 정보원은 금남로 인근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일 오후 3시에서 4시까지 사망자와 부상자가 계속 발생했는데 광주기독병원에는 오후 4시까지 10명의 사망자와 50명의 부상자가 도착했음”이라고 적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전문가는 “전문내용을 종합해보면 5월21일 오후 3시 이전 광주기독병원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서 이 정보원은 헬기사격을 목격한 것 같다”며 “실제 고(故) 조비오 신부 등이 증언한 5월21일 금남로 헬기 사격 목격담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미국무부의 또 다른 문서에는 금남로 집단발포 당시부터 최소 22일까지 항공기(Air craft) 사격이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내용도 있다. 육상과 공중에서 동시에 진압작전이 수행됐다는 것이다.

비밀전문(5월23일자)에는 “광주의 상황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광주에서 항공기들은 더이상 발포하지 않고 있다”(Situation in Kwangju seems to be improving slowly.… Air craft overflying kwangju were no longer drawing fire.)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서 언급된 항공기는 전투기·폭격기 보다는 헬기가 유력해 보인다.

보고서 작성자는 “광주에서 본 것은 너무나 억압받는 자유인들의 의사표시였으며 (계엄군의)폭력적인 행태에 대한 반작용”, “자유롭게 태어난 시민들이 더이상 억압되기를 거부할 때 일어나는 자연 발화”라고 광주항쟁을 설명했다.

지역 5·18연구자는 “이 문서는 미국정부의 공식 자료인 만큼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며 “미정부의 헬기사격문건은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5월의 진실을 규명하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