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관광용 케이블카가 등장한 것은 1962년 서울 남산이 최초였다. 경향신문은 정식 운행에 들어가기 이틀 전인 5월 9일 시운전을 보도하면서 서울에 풍물시(風物詩)가 등장했다고 낭만적으로 표현했다.

남산 케이블카는 ‘은하수’와 ‘무지개’라는 이름의 두 대의 캐빈이 605m 거리를 4분 만에 오갔다. 캐빈 한 대당 안내원 1명을 포함해 31명이 정원이었는데 성인 기준 왕복 400환이란 비싼 요금에도 하루 평균 1000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였다. 1964년 12월 21일에는 영광에서 올라온 28살 동갑내기 최 모·정 모 커플이 남산케이블카 안에서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케이블카는 설악산을 비롯해 주로 내륙 산지에 설치됐다. 노약자 등 산에 오르기 힘든 사람들에게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도입해 현재 전국 20여 곳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내륙 케이블카는 환경 파괴 논란 속에 어렵게 운영에 들어갔는데도 관광객 유인 등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던 차에 통영시가 2008년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설치하면서 지자체에 해상케이블카 설치 붐이 일었다. 특히 여수 자산공원∼돌산공원을 잇는 해상케이블카는 대박을 터뜨렸다. 2014년 12월 개통 이후 3년 만에 610만8000명이 여수 밤바다의 매력을 즐겼다. 여수시는 연간 1500억 원 가량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부산에선 지난해 6월 송도 해상케이블카가 29년 만에 리모델링을 한 뒤 재개장해 매일 1만1000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에선 목포시가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3.23km의 해상케이블카 설치에 들어가 오는 8월 개통 예정이고 진도와 해남 울돌목 사이에도 내년 개통을 목표로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광주의 한 시민단체가 무등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는 2006년부터 잊힐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고 있다. 지자체마다 우후죽순처럼 추진하는 마당에 흥행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걱정스럽다. 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주장의 순수성도 의심받는 분위기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