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KIA 타이거즈 임기영의 꿈같은 2017시즌이었다.

KIA의 구세주이자 히트 상품이 된 임기영은 시즌 시작 전에는 KIA 팬들에게 낯선 선수이자 가장 마지막에 거론되던 선발 후보였다.

그는 지난 2014시즌이 끝난 뒤 FA를 통해 한화로 이적한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지명 후 바로 상무에 입대하면서 지난 2년 낯선 선수였다. 그는 새 팀에서의 첫 스프링캠프에서 가능성은 보여줬지만 김진우, 홍건희, 김윤동 등의 이름이 먼저 언급됐다.

그러나 임기영은 두 번의 완봉승과 한국시리즈 승리투수 등 KIA 선발진의 한 축이 됐다.

임기영은 “KIA 지명을 받았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 가는 구나’이런 정도였다(웃음). 친구 (김)윤동이도 있고, 유니폼과 선수들만 바뀌고 야구하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바로 군대를 가야 하니까 실감이 안 났던 것 같다”며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책임감도 강해졌고 나를 뽑아준 팀이라는 생각에 준비를 열심히 했다. 롱릴리프 역할을 생각했는데 기회가 오니까 욕심이 생겼다. 준비를 잘해서 자신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기영은 선발 첫 등판을 6이닝 4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마무리했다. 불펜 난조로 선발 첫승을 신고하지는 못했지만 “팀이 이겼으니 기분이 좋다”며 첫 선발 등판 소감을 언급했었던 임기영. 올 시즌을 돌아보면서도 ‘우승’을 먼저 이야기했다.

임기영은 “두 번 완봉승도 했지만 하다 보니까 됐다. ‘아 끝났다’ 이런 기분이었다. 그런데 우승을 해본 적이 없어서 올 시즌 가장 의미 있는 일로 우승을 꼽았다. 우승 순간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기영은 생애 첫 가을잔치에서 덜컥 한국시리즈 선발을 맡았지만 ‘임기영다운’ 배짱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는 “한국시리즈 영상을 다시 보면서 ‘어떻게 저랬지?’라는 생각을 했다. 무슨 생각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처음에 붕 떠 있는 느낌이었는데 1회를 막고 여유가 생겼다. 크게 긴장은 안 됐다. 전날부터 빨리 공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웃었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순간도 있다. 임기영은 6월 7일 한화전에서 두 번째 완봉승을 거둔 뒤 폐렴으로 마운드에서 이탈했다.

임기영은 “폐렴이 가장 아쉽다. 개인 승을 더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팀에 더 기여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며 “그래도 폐렴 이후 부진을 겪으면서 한층 성장했다. 아파서 처음 2군에 갔을 때는 빨리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올라와서 잘 안 됐다. 두 번째 2군에 갔을 때는 안 아프게 준비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시즌 초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임기영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은 특유의 배짱 그리고 호기심이다.

임기영은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다. 바로 들어야 한다. 그래서 질문이 많다(웃음). 선발 첫 시즌이라서 선발 요령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양)현종이 형이나 헥터, 팻딘, 이대진 코치님에게 많이 물어봤다”며 “매회, 매 타자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던지라는 조언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순간에 집중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새로운 시즌을 앞둔 그는 ‘처음’을 이야기한다.

임기영는 “무조건은 없다. 내 자리가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프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올 시즌 그것을 배웠다. 필라테스도 하고 개인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내 자리를 잡기 위해서 준비 잘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