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타이거즈 왕조의 구축, 내야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8년 만에 우승을 이루며 ‘V11’의 역사를 만들었다. ‘챔피언’ KIA에게 주어진 과제는 강팀으로 면모를 이어가는 것이다.

KIA는 지난 2009년 12년 만에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뤘지만 팀 체질 개선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탄탄하지 못했던 선수층과 내부 에너지를 한데 모으는 데 실패하면서 2년 연속 8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등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왔다.

올 시즌 우승과 함께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했다. 예년보다 탄탄해진 선수층과 우승 멤버들의 무게감은 내년 시즌에도 KIA를 우승 후보로 꼽을 만 하다. 그러나 내년 시즌과 그 이상까지 살펴보면 내야가 고민이다.

KIA의 아킬레스건은 유격수다. 올 시즌에도 고민 많은 자리였다. ‘예비역’ 김선빈이 최고의 활약을 하며 수위 타자까지 차지했지만 김선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강한울이 FA 보상선수로 삼성으로 이적했고, 박찬호는 군복무를 위해 떠났다. 김주형과 김지성의 유격수 투입 결과가 좋지 못했고, 최원준도 타격 실력에 비해 부족한 수비가 부담이었다. 또 백업 요원으로 역할을 해줬던 고장혁이 경찰청 입대를 앞두면서 유격수 고민은 계속된다.

여기에 김선빈의 발목이라는 또 하나 변수가 있다. 김선빈은 시즌이 끝난 뒤 뼛조각 제거 수술과 외측 인대 봉합 수술을 받았다. 큰 수술은 아니지만 예년과 달리 재활에 초점을 맞춰 시즌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겨울 왼 허벅지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던 김주찬도 예상보다는 빨른 회복 속도를 보이며 정상적으로 시즌은 출발했지만 제 기량을 보여주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3루 고민도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3루에서 듬직한 역할을 해줬던 이범호도 내년이면 서른여덟이 된다. 올 시즌 중요한 순간에 수비 실수를 하는 등 이범호의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시간이 됐다. 그나마 3루수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김주형도 지난해와 다른 올 시즌을 보내면서 물음표를 남겼다. 안치홍이 버티고 있는 2루는 그나마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자리로 큰 고민은 없다.

KIA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내야진 구축에 힘을 쏟았다. 강도 높은 타격 훈련은 물론 수비에서도 김민우 코치의 1대1 특별 지도가 이뤄졌다. 일단은 수비를 맡아줄 백업 요원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유망주’들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미래 주축 선수로 뛸 수 있는 자원들이라는 평가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캠프에서 유격수 자리에 서서 테스트를 받은 선수는 ‘이적생’ 노관현과 고졸 2년차 김성민이다. 노관현에게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3루수로 주로 뛰었던 노관현은 KIA에서도 3루수로 나와 프로 데뷔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새로운 포지션인만큼 처음부터 기본기를 배워가는 중이다. 가능성은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KIA는 지난 2차드래프트를 통해서 SK 최정용과 NC 황윤호를 선택하면서 유격수 고민 풀기에 공을 들였다. 최정용이 상무 입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 황윤호는 이번 캠프에서 직접 실력을 점검하지는 못했다.

KIA는 29일 캠프의 훈련 일정을 마무리하고, 30일 귀국한다. 미래를 엿본 KIA가 2018시즌을 어떻게 설계할 지 관심이 쏠린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