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은 법무법인 지음 변호사] 어느 집배원이 당신에게 보낸 편지
2017년 10월 16일(월) 00:00 가가
십 수년만의 최장 기간 연휴였다는 2017년 추석. 우체국 집배노동자들은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을 앞두면 걱정이 많아진다. 전국의 우체국으로 쏟아지는 우편물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추석 연휴는 평소에도 각종 고지서 등으로 우편물량이 많은 월말부터 시작되는데다가, 연휴 기간이 최장 10일에 달했던 만큼 연휴 기간 시작 전 미리 우편물을 부치는 사람들이 많아 집배노동자들이 감당했어야 할 업무량이 이전 연휴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았을 것이다.
우체국에서는 이처럼 평상시와 달리 단기간에 우편물량이 급등하는 시기를 ‘특별 소통 기간’이라고 부른다.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도 특별 소통 기간이 정해졌고 집배 노동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팽팽한 긴장의 끈이 툭 끊어지듯, 지난 9월 5일 아침 서광주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한 집배 노동자가 집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고(故) 이길연씨는 우체국에서 18년째 집배 노동자로 근무해 온 베테랑 집배원이었다. 그는 지난 8월 초 평소 배달하는 지역이 아닌 곳에서 바쁘게 배달 업무를 수행하던 중 차량에 한쪽 다리가 깔리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걸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업무를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처럼 노동자가 업무 중 사고로 인해 다치게 됐다면, 산업재해 보상보험에 따른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씨는 단순 병가 신청을 했고, 서광주 우체국은 이씨가 업무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받아줬다. 이씨가 교통사고 후 사망 전까지 병원에서 입원 및 치료를 하며 발생한 치료비 등은 모두 국민건강보험으로 지급됐다.
무슨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우체국은 노동자들의 사망 및 부상 사고가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중대 재해사업장 중 한 곳이다. 특히 최근에는 집배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이 현장의 집배 노동자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에만 자살한 집배 노동자들의 수가 이씨를 포함해 6명에 이른다. 이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집배 노동자의 수보다 많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집배 노동자의 사용주인 우정사업본부와 책임 있는 정부 기관은 집배 노동자들이 처한 근무환경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보통의, 정상적인 그리고 기본적 태도다.
그러나 집배 노동자들의 자살, 과로사,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에 대해 우정사업본부가 고안한 대책은 황당하게도 ‘무사고 1000일 운동’이었다. 전남지방우정청은 목표 일수를 달성한 사업장에는 포상 등 일정한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전남지방우정청 소속의 서광주 우체국은 2017년 연말 즈음이면 ‘무사고 1000일’을 달성할 예정이었고, 이 사실은 서광주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집배노동자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이처럼 서광주 우체국의 자랑스러운 업적 달성을 불과 100여일 앞두고 이씨는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이씨가 근무 중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단순 병가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다.
서광주 우체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망 바로 전 날까지도 보행이 어려웠던 이씨에게 더 이상의 병가 연장은 어려우며 추석연휴 특별소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당장 업무에 복귀할 것을 재촉했다. 절뚝거리며 걷는 자신의 다리를 보고 깊은 절망감을 느꼈을 이씨는 결국 가족과 동료 그리고 세상을 향해 “두렵다. 이 아픈 몸을 끌고 출근을 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내용이 담긴 짧은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물론, 법원이 어떤 노동자의 자살을 직업병으로 인정했다는 뉴스가 가끔 보도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그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된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았고, 그와 같은 정신질환이 악화해 자살에 이르렀기 때문에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본 경우다. 자살 그 자체가 아닌 자살에 이르게 한 정신질환을 직업병으로 인정한 것이다.
고 이길연씨의 경우 특별한 정신질환 병력이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의 죽음은 그저 한 개인의 잘못된 선택일 뿐인 것일까? 그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던 서광주 우체국과 우정사업본부는 직원의 죽음에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져도 되는 것일까?
고 이길연씨의 죽음에 대해 다른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다면 책임의 내용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이제라도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 팽팽한 긴장의 끈이 툭 끊어지듯, 지난 9월 5일 아침 서광주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한 집배 노동자가 집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고(故) 이길연씨는 우체국에서 18년째 집배 노동자로 근무해 온 베테랑 집배원이었다. 그는 지난 8월 초 평소 배달하는 지역이 아닌 곳에서 바쁘게 배달 업무를 수행하던 중 차량에 한쪽 다리가 깔리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집배 노동자의 사용주인 우정사업본부와 책임 있는 정부 기관은 집배 노동자들이 처한 근무환경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보통의, 정상적인 그리고 기본적 태도다.
그러나 집배 노동자들의 자살, 과로사,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에 대해 우정사업본부가 고안한 대책은 황당하게도 ‘무사고 1000일 운동’이었다. 전남지방우정청은 목표 일수를 달성한 사업장에는 포상 등 일정한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전남지방우정청 소속의 서광주 우체국은 2017년 연말 즈음이면 ‘무사고 1000일’을 달성할 예정이었고, 이 사실은 서광주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집배노동자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이처럼 서광주 우체국의 자랑스러운 업적 달성을 불과 100여일 앞두고 이씨는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이씨가 근무 중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단순 병가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다.
서광주 우체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망 바로 전 날까지도 보행이 어려웠던 이씨에게 더 이상의 병가 연장은 어려우며 추석연휴 특별소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당장 업무에 복귀할 것을 재촉했다. 절뚝거리며 걷는 자신의 다리를 보고 깊은 절망감을 느꼈을 이씨는 결국 가족과 동료 그리고 세상을 향해 “두렵다. 이 아픈 몸을 끌고 출근을 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내용이 담긴 짧은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물론, 법원이 어떤 노동자의 자살을 직업병으로 인정했다는 뉴스가 가끔 보도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그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된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았고, 그와 같은 정신질환이 악화해 자살에 이르렀기 때문에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본 경우다. 자살 그 자체가 아닌 자살에 이르게 한 정신질환을 직업병으로 인정한 것이다.
고 이길연씨의 경우 특별한 정신질환 병력이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의 죽음은 그저 한 개인의 잘못된 선택일 뿐인 것일까? 그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던 서광주 우체국과 우정사업본부는 직원의 죽음에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져도 되는 것일까?
고 이길연씨의 죽음에 대해 다른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다면 책임의 내용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이제라도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