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광주 동부경찰은 일반인에게는 매우 생소한 혐의로 어느 병원 관계자들을 입건했다.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시체해부법) 위반이었다. 이들은 의학용으로 기증받은 시신을 화장한 뒤 유골을 해부학 실험 준비실 등에 수년 동안 방치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에게 적용된 법 조항(시체의 화장)은 ‘시체를 제공받은 의과대학의 장은 그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에는 그 시체를 화장하여 유해(遺骸)를 납골당에 안치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굳이 법이 아니더라도 도의적으로 망자에게 안식처를 찾아 줘야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수사 담당 경찰관은 사건을 쉬쉬하며 덮으려는 외압을 견뎌 내고 일부러 보도 자료까지 냈다. “의료인들에게 관행이 된 망자에 대한 무례를 바로잡고 싶다”는 이유였다. 사실상 이를 계기로 지역 병원에서는 사체 기증자에 대한 추모식을 여는 게 정례화됐다. 최근엔 모 의과대학 등이 의학 교육 시신 기증인 합동추모식을 엄수하고 유골을 별도 추모관에 모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의료인들의 사체에 대한 모럴 해저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의사들이 소셜 미디어에 ‘토요일 카데바(기증된 사체) 워크샵, 매우 유익했던, 자극이 되고’라는 짧은 글과 함께 사진을 올린 게 사달이 났다. 시신을 두고 웃음을 띤 채 기념사진을 찍어 국민적인 공분을 산 것이다. 이들 역시 ‘시체를 취급할 때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시체해부법(시체에 대한 예의 조항)을 위반했다. 결국, 의사들의 무례는 법 개정의 발단이 됐다. ‘시체에 대한 예의’ 조항의 과태료가 5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한층 강화됐다. 시체 해부 요건 위반 시 벌금도 3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올랐다.

굴욕적이게도 의료인들은 앞으로 윤리 교육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보건복지부가 “의사 보수교육에 윤리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법·제도 정비에 앞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온몸을 내놓은 망자들을 소홀히 대하는 것은 범죄를 떠나 살아 있는 자의 도리는 아니다. 의료인들에게 인간에 대한 예의를 기대하는 건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

/윤영기 사회부장 penfo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