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끝없이 밀려드는 업무와 씨름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주말에 라켓을 들고 뛰어다니며 공을 치는 테니스를 통해 말끔히 푼다.

얼마 전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 중 하나인 프랑스오픈이 막을 내렸다. 남자 경기에서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이 우승하면서 테니스 그랜드슬램 단일 대회 10회 우승이라는 라 데시마(La Decima, 스페인어로 10번째라는 의미)를 달성하여 전대미문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이라고까지 말한다.

필자는 라파엘 나달을 좋아한다. 본받아 배울 점이 많아서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공을 받아 친다. 능력의 한계치를 시험하기라도 하듯이 끝없이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한물갔다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오뚝이처럼 멋있게 부활한다. 16년 프로 생활 동안 라켓을 부러뜨리거나 내동댕이친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절제력이 뛰어나다. 심판, 상대 선수, 관중까지도 배려한다. 멋진 플레이로 팬들에게 무한한 기쁨과 행복을 선사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검찰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바로 라파엘 나달이 테니스에 임하는 태도와 모습이 아닐까 싶다. 겸손과 절제의 자세로 당사자를 배려하면서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을 원칙대로 행사하는 것, 국민이 간지러워 하는 그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 바로 그거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수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라켓을 부러뜨려 두 동강 내버리듯이 검찰이 절제력을 상실한 채 검찰권을 오남용하고, 국민이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에 눈 감고 나 몰라라 한다면 어떤 국민이 그런 검찰을 신뢰할 수 있을까 말이다.

며칠 전 언론에 ‘나라 재산 찾기 나선 검찰, 옛 일본인 땅 6만㎡ 소송’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서울고검 특별송무팀이 조달청과 공조하여 일본인 명의 땅을 해방 후 불법 등기한 10건(사람 기준 11명)을 찾아내고, 그들이 소유한 총 5만8000여㎡를 국가 귀속 대상 재산으로 확인해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그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검찰이 이번에는 제대로 일을 한다. 앞으로 검찰이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작금에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크다. 이는 검찰에 거는 기대가 그 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검찰 구성원 각자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반추해 볼 때이다.

검사가 주체가 되어 공익의 대변자로서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적지 않다. 민법상 후견 관련 심판 청구, 부재자 재산관리 관련 청구, 실종선고 관련 청구, 법인 청산·해산 관련 청구, 중혼취소 청구, 파양 청구 및 친권상실 청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조카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유산을 마구 쓴 삼촌의 후견인 지위를 박탈하거나 친딸을 성추행한 아버지의 친권 자격을 박탈함으로써 피후견인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등 그 동안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로서 인권을 보호한 사례가 많다.

앞으로 검찰이 수사 이외에도 검사가 청구 주체인 여러 제도를 더욱 더 적극 활용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공익의 대변자로 거듭났으면 한다. 이러한 검찰권 행사 하나하나가 모여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이것이 바로 국민이 검찰에 부여한 소중한 가치를 실현하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부터 영국 윔블던에서 또 하나의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가 펼쳐진다. 겸손, 절제, 배려, 최선, 극복, 실력의 아이콘으로 재기에 멋지게 성공한 라파엘나달의 활약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