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는 조선 중기의 관료이자 문인으로 본관은 해남(海南)이다. 18세에 진사초시(進士初試)에 합격한 후 1616년 성균관 유생으로서 이이첨(李爾瞻)·박승종(朴承宗) 등을 격렬하게 규탄하는 ‘병진소’(丙辰疏)를 올렸다. 이로 인해 이이첨 일파의 모함을 받아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됐다. 그곳에서 ‘견회요’(遣懷謠) 와 ‘우후요’(雨後謠) 등 시조 6수를 지었다.

이듬해 경상남도 기장으로 유배지를 옮겼다가, 1623년 인조반정으로 풀려났다. 1628년 별시문과에 장원으로 합격해 봉림대군(鳳林大君)·인평대군(麟坪大君)의 스승이 됐다. 1633년 증광문과에 병과(丙科)로 급제한 뒤 예조정랑·사헌부지평 등을 역임하다 1635년 억울한 누명으로 파직되었다.

이후 보길도에 은거하다, 1638년 국왕에 불충한 죄로 경상도 영덕으로 귀양갔다가 풀려난 후 다시 돌아와서 10여년을 한가하게 전원생활을 즐겼다. 이 시기 보길도의 부용동과 새로 발견한 금쇄동(金鎖洞)의 자연 속에서 한가한 생활을 즐겼다. 이때 금쇄동을 배경으로 ‘산중신곡’(山中新曲)·‘산중속신곡’(山中續新曲)·‘고금영’(古今詠)·‘증반금’(贈伴琴) 등을 지었다. 그 뒤 1651년에는 정신적 안정 속에서 보길도를 배경으로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를 지었다.

다음해 효종의 부름으로 예조참의가 됐으나 서인의 모략으로 사직하고 경기도 양주의 고산(孤山)에 은거했다. 마지막 작품인 ‘몽천요’(夢天謠)는 이곳에서 지은 것이다. 1657년 71세에 다시 벼슬길에 올라 동부승지에 이르렀으나 송시열(宋時烈)과 맞서다 관직에서 쫓겨났다. 이 무렵 ‘시무팔조소’(時務八條疏)와 ‘논원두표소’(論元斗杓疏)를 올려 왕권의 확립을 강력히 주장했다. 1659년 효종이 죽자 예론문제(禮論問題)로 서인과 맞서다가 삼수에 유배됐다. 1667년 풀려나 부용동의 낙서재에서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636년에 윤선도가 보길도에 정착하면서 거처할 집과 그에 딸린 정자와 연못 등을 조성하면서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 양식을 따르고 있는 부용동원림이 탄생하였다. 병자호란으로 인하여 제주로 향하던 중 이곳의 절경에 매료되어 머물면서 별서(別墅)를 짓고 여기에 정원을 꾸민 것이다.

고산은 보길도의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을 닮았다하여 부용동이라 하였다. 그는 섬의 주봉인 격자봉 밑의 낙서재를 거처로 삼았는데, 아담한 3채의 기와집을 중앙과 좌우에 짓고 기거하였다. 그는 삶을 마칠 때까지 보길도의 곳곳에 세연정, 무민당, 곡수당, 정성암 등 모두 25채의 정자와 건물을 짓고 자신만의 낙원인 부용동 정원을 일구었다.

오늘날 남아 있는 부용동 정원은 크게 3구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거처하는 살림집인 낙서재(樂書齋)와 그 맞은편 산 중턱의 휴식공간인 동천석실(洞天石室), 그리고 부용동 입구에 있는 교유의 공간이라 할 세연정(洗然亭) 일원이다.

이처럼 고산은 당쟁으로 소란스러운 세상과 초연하여 자신이 만든 별천지 낙원에서 마음껏 풍류를 누렸다. 여기에서 그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어부들의 소박한 생활을 배워가면서 학처럼 고고하고 여유로운 생을 살다 갔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