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원인 규명은 ‘감감’…무안공항선 눈물의 합동 차례
2025년 01월 30일(목) 18:50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한달
사고조사위 예비보고서 공개
양쪽 날개 엔진서 깃털·혈흔 확인
블랙박스 4분간 누락, 규명 장기화
엔진분해검사 등 전방위 조사키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한 달째인 29일 무안국제공항 1층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지 지난 29일로 한 달이 지났다.

희생자 수습은 일단락됐지만, 참사의 구체적인 원인을 밝힐 블랙박스에는 사고 직전 4분간 상황이 누락돼 진상규명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양쪽 날개에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흔적만 확인됐다. 유가족은 첫 명절인 설 연휴를 무안공항에서 함께 의지하며 보냈지만, 여전히 가족들을 잃은 슬픔과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참사원인 규명 장기화 = 제주항공 사고기의 양쪽 엔진에서 모두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흔적이 확인됐다.

당초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사고기의 양쪽 엔진이 모두 고장나면서 엔진·전자 계통까지 ‘셧다운’ 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지난 24일 무안국제공항에 진행한 유가족 설명회에서 “사고기 엔진을 조사한 결과 양쪽 엔진 모두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으며, 유전자 분석 결과 ‘가창오리’의 깃털·혈흔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조위는 또한 사고기가 착륙 시도 후 복행하는 과정에서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을 공항 CCTV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조위는 사고기 블랙박스인 비행자료기록장치(FDR),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에 기록되지 않았던 4분여간의 상황에 대한 개략적인 정황도 확인했다.

FDR·CVR 기록이 동시에 중단된 시점은 오전 8시 58분 50초로, 당시 속도는 161노트(시속 298㎞), 고도는 498피트(151m)였다.

6초 뒤 조종사는 복행을 시도하며 관제탑에 조류충돌로 인한 비상 선언(메이데이)을 했다. 이어 4분 동안 활주로 좌측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우측으로 선회해 기존 착륙 시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다.

랜딩 기어는 내려오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오전 9시 2분 57초에 사고기는 동체 착륙을 한 뒤 활주하다 활주로는 지나쳐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했다.

◇로컬라이저·조류 영향 별도 용역= 사조위는 항공기사고조사 예비보고서 영문판과 한글판을 지난 29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한글판 기준 5페이지 분량으로 된 예비보고서는 사조위가 공식 발표한 첫 보고서다. 예비보고서는 사고 조사 당국이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사고 발생 30일 이내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및 사고 관련국에 보내도록 권고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고기가 ‘둔덕’과 충돌 후 화재와 일부 폭발이 발생했다. 예비라고 하지만 한달여 동안 조사한 내용치고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이유나 블랙박스에 기록이 되지 않은 이유 등은 조사중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사고를 키운 시설로 지목되고 있는 방위각(로컬라이저)시설의 콘크리트 지반의 설치 시기와 재원 등의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번 예비보고서 발간은 사고조사의 총 12단계 절차 중 5단계다. 이후 사조위는 검사·분석·시험(6단계)을 진행한다.

사조위는 명확한 사고 원인조사를 위해 조류충돌, 엔진분해검사, FDR·CVR 자료 분석, 관제자료, 부품 정밀검사와 방위각 시설물 등 전방위적으로 조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엔진을 분해해 엔진 상태와 충돌 조류에 대한 추가 시료 채취에 나서는 한편 잔해 정밀 조사, 블랙박스 분석, 비행기록문서 확인 등 항공기 운행 전반에 대해 분석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히는 로컬라이저 둔덕과 조류의 영향은 별도의 용역을 통해 연구할 계획이다.

◇유가족 합동차례 =설 당일인 29일 오전 무안공항 1층 합동 분향소에서는 다시금 오열이 이어졌다.

이날 희생자들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놓인 무안공항 1층 합동분향소에 차례상이 차려졌다. 전날 유가족들이 함께 만든 전과 산적, 생선 등이 차례상에 가지런히 올랐다.

불과 한 달 전까지 함께 식사를 하고, 통화로 안부를 묻던 가족들에게 제를 올리게 된 유가족들은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라며 흐느꼈다.

딸을 잃은 한 아버지는 합동분향소 방명록에 ‘어제의 모습을 영원히 아빠의 가슴 속에 기억할게. 설날에 아빠가’라는 글을 남겼고, 아들을 잃은 어머니 역시 ‘나의 왕자님, 보고 싶은 마음 너무나 간절해’라고 적었다.

50대 딸의 차례를 지내게 된 유가족 A씨는 멍한 표정으로 차례상을 바라봤다.

A씨는 “사고 10여 일 전이 내 생일이라 딸과 맛있는 식사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게 딸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며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리 불러도 딸이 나타나지를 않는다. 진짜 내 딸이 가버린 것 같다. 다시는 볼 수 없나 보다”며 울먹였다.

박한신 유가족대표는 “오는 2월 15일 49재를 지내고 나면 공항에서의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유가족들은 광주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할 예정이다”며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투명한 공개를 부탁드린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무안=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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