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맞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합동 차례서 오열
2025년 01월 29일(수) 14:25
사고 한달째인 29일 설 명절 맞아 무안공항 합동분항소서
유가족들 “명절 같이 보내고파” 눈물 바다

설날 당일인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에서 차례를 지내고 있다.

민족대명절을 맞은 설 아침 무안공항 1층 합동 분향소에서는 다시금 오열이 이어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 한 달째이자 설날 당일인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들은 설 명절 합동 차례를 지냈다.

희생자들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놓인 무안공항 1층 합동분향소에 차례상이 차려졌다. 전날 유가족들이 함께 만든 전과 산적, 생선 등이 차례상에 가지런히 올랐다.

담담하게 차례를 준비하던 유가족들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가족에게 절을 올리며 참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쏟아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함께 식사를 하고, 통화로 안부를 묻던 가족들에게 제를 올리게 된 유가족들은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라며 흐느꼈다.

그동안 공항을 찾지 못했던 가족, 친지들도 함께 제를 올리며 그리운 얼굴들이 담긴 영정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위로했다.

딸을 잃은 한 아버지는 합동분향소 방명록에 ‘어제의 모습을 영원히 아빠의 가슴 속에 기억할게. 설날에 아빠가’라는 글을 남겼고, 아들을 잃은 어머니 역시 ‘나의 왕자님, 보고 싶은 마음 너무나 간절해’라고 적었다.

50대 딸의 차례를 지내게 된 유가족 A씨는 멍한 표정으로 차례상을 바라봤다.

A씨는 “사고 10여 일 전이 내 생일이라 딸과 맛있는 식사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게 딸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며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리 불러도 딸이 나타나지를 않는다. 진짜 내 딸이 가버린 것 같다. 다시는 볼 수 없나 보다”며 울먹였다.

박한신 유가족대표는 “가족을 잃었는데 어떻게 명절 분위기가 날 수 있겠나. 참담한 심정이다”면서도 “한날한시에 돌아가신 분들인 만큼 유가족들이 함께 제사를 지내며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오는 2월 15일 49재를 지내고 나면 공항에서의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유가족들은 광주에 마련된 별도의 사무실로 이전할 예정이다”며 “정부에 지금까지 협조해주신대로 앞으로도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투명한 공개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유가족들을 음해하는 유튜버와 온라인 게시글, 댓글 등에 대해 끝까지 신원을 찾아내 강력한 조처를 해주길 당국에 요청했다”며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가족들은 이날 합동 차례가 끝난 후 무안공항에서 떡국을 나눠먹고, 어린아이들을 위해 합동 세배와 윷놀이 등을 하며 함께 명절을 보낼 예정이다.

/무안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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