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살고 있던 섬을 비우라는 ‘공도령’(空島令)으로 흑산도를 떠나는 백성의 심정을 표현해보았다. 백성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를 향한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섬놈이라고 무시하는 나주사람들에 이 독하게 코를 쏘는 썩은 홍어를 맛보여주기 위해 줘버린 것으로 한 것인데, 실상은 먹을 것이 부족해서 나주에 온 섬 주민들이 먼저 그 홍어를 먹었을 수 있다. 어쨌든 삭힌 홍어를 처음 먹기 시작한 곳이 나주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때 나주사람들은 코를 싸쥐고 홍어를 맛보았을 것이다. 그 홍어가 나주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더니 이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맛이 되었다. 전라도에서는 홍어가 없는 잔치는 맹탕이다. 또한 홍어를 내놓은 잔칫집에서는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내륙 하천가에 등대가 있는 곳, 바로 영산포다.

왜구의 침입과 약탈이 극심하던 고려 말, 제주도와 거제도 등 큰 섬을 제외하고 작은 섬들의 주민을 내륙으로 철수시키는 방어책을 구사하였는데, 그것을 역사는 공도책(空島策)이라고 부르고 있다.

당시 고려말, 섬에 설치된 영산현(흑산도, 영산도 등), 압해현(압해도 일대), 장산현(장산도 일대) 등이 나주목으로 옮겨왔는데, 공민왕은 그 가운데 남포강변으로 이주한 영산현을 영산군으로 승격시키기도 한다. 이 영산군은 조선 초기 나주목에 폐합된다. 이들은 자기들이 사는 곳을 영산포라 하고, 영산포 앞을 흐르는 강을 영산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왜구의 침략으로부터 섬 주민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나라의 허약함, 조선시대의 해금(海禁), 그 이후로 일제 강점기 개설한 국도 1호선과 호남선 철도, 목포에서 영산포까지 운항했던 증기선은 나주평야의 쌀을 수탈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등대는 그 일제의 수탈정책을 상징하는 유적인 것이다.

영산포는 애잔한 백성들의 시름을 간직한 우리 역사의 살아 있는 현장이다.

영산포 홍어가 어떻게 내륙의 강 포구에서 바다에서만 잡히는 홍어가 어떻게 토착음식으로 정착할 수 있었을까.

안동댐에서 잡히는 고등어에 소금을 뿌려 간하면 안동간고등어가 되고, 영산강에서 잡은 홍어를 삭힌 것이 영산포홍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역사적 맥락을 짚어보는 것이다. 영산포홍어는 흑산도에서 영산포로 이주해왔던 고려말부터 영산포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는 음식이다. 홍어는 심해어종으로 삼투압(농도가 높은 쪽으로 수분이 이동하는 현상)으로부터 몸속의 수분을 지키기 위해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물고기다. 홍어를 잡아서 물 밖으로 나와 죽으면 이 요소가 미생물의 작용으로 암모니아로 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삭힌 홍어 특유의 맛과 향을 만들어낸다. 홍어를 익히면 이 냄새가 더 강해져서 홍어찜을 먹다가 입천장이 벗겨지는 경우가 있는데 뜨거워서 데기도 하지만 암모니아에 데어서 벗겨지기도 한다.

음식 냄새로는 스웨덴의 청어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수르스트뢰밍(surstr?mming)과 1, 2위를 다투는 것이 바로 홍어, 그 만큼 강렬한 맛과 향을 지닌 음식이다. 영산포에서 과거 홍어를 사러 중간 크기의 배 한 척이 흑산도로 가면, 홍어를 채우기 위해 며칠씩 묵으면서 홍어잡이배로부터 넘겨받게 되는데, 싣고 오는 중에 벌써 삭혀지기 시작한다. 영산포에 도착하면 알맞게 삭혀진 홍어가 된다. 1981년 하구둑을 막아 바다와 영산강의 뱃길을 막기 전까지 이야기다.

갓 잡은 홍어를 선어로 먹으면, 찰지고 쫀득쫀득한 식감을 지닌 최고의 횟감이다. 흑산도 주민들은 삭힌 홍어보다는 선어로 먹는 홍어를 먹는다. 흑산도에서는 손님들이 찾기 때문에 선어, 약간 삭힌 홍어, 완전히 삭힌 홍어를 주문에 따라 각기 따로 내놓는다. 영산포에서부터 먹기 시작한 삭힌 홍어는 이제 전국에서 먹는다. 경상도 친구들도 나주에 오면 으레 홍어회를 먹자고 한다.

홍어는 연골을 가진 심해어종이라 뼈까지 먹기 때문에 버릴 것이 없다. 특히 봄이 오는 길목, 연한 보리싹을 캐서 된장국을 끓일 때 끓어오르는 국에 애(홍어의 간)를 넣는 보리애국은 남도의 별미로, 나이든 분들에게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맛과 향이다.

*김준혁 나주문화원 사무국장

-전남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