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요 통일의 길] ① 들어가며
자유·풍요 찾아 南으로 3만명 … 편견·빈곤 속 힘든 삶
2017년 01월 02일(월) 00:00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다 집단 탈북한 종업원들이 지난해 4월7일 서울에 도착한 뒤 모처에 있는 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1월11일을 기점으로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3만명을 넘어섰다. 6·25전쟁 이후 1962년에 첫 귀순자가 나온 이후 54년만이다. 광주·전남에는 탈북민 1200여명이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광주일보는 다문화사회 기획물 ‘온누리안 리포트-국제결혼 다문화가정’(2007년), ‘고마워요 당신의 땀방울-외국인 노동자의 삶과 꿈’(2008년), ‘함께 열어요 우리의 미래-다문화가정 2세들의 꿈·희망 대안찾기’(2010년)에 이어 ‘함께 걸어요 통일의 길-탈북민들의 삶과 꿈’을 연재한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은 1962년 최초 귀순자가 나온 이후 2006년 2월에 1만명, 2010년 11월 2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6년 만인 지난해 11월 3만명 시대를 맞았다. 광주와 전남에는 각각 600여명씩 12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탈북 다시 증가세=1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1055명으로, 전년대비 18% 늘었다. 연간 탈북민 수는 2009년 291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북한정권의 국경 감시 등이 강화되면서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탈북민 증가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탈북민이 본격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이후다. 당시는 배고픔 때문에 탈북했다. 2004년에는 동남아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400명이 한꺼번에 국내로 들어온 적도 있다.

탈북 동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와 비교해 경제적 이유로 탈북하는 사례는 줄었고, 한류(韓流) 등을 접하면서 북한의 핵심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정치체제 불만·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한 ‘이민형 탈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7월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가족과 함께 탈북한 사건이다. 엘리트층의 탈북과 더불어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홍콩 수학올림피아드 참가 수학영재 탈북 등은 해외 작업장 집단 이탈 및 공관을 통한 이탈 양상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수료생을 대상으로 탈북 동기를 설문조사한 결과, ‘배고픔과 경제적 어려움’은 1999∼2001년 66.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지만, 2014∼2016년 조사에서는 12.1%로 감소했다. 대신 11.7% 수준이었던 ‘자유 동경’은 15년 사이에 32.8%로 크게 늘어 가장 큰 탈북 동기로 꼽혔다. ‘체제 불만’을 꼽은 탈북민도 20%에 육박했다.

탈북민의 계층도 중산층 이상으로 변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거주 시 소득이 ‘보통 이상’이라고 평가한 탈북민은 2001년 이전에는 19%였지만 2014년 이후 조사에서는 55.9%로 늘었다. 북한 거주 당시 생활 수준을 ‘중·상급’이라고 답한 비율도 같은 기간 23.5%에서 66.8%로 크게 늘었다.

탈북민의 학력 수준도 상승했다. 북한에 있을 때 대졸 이상의 학력을 보유했던 탈북민의 비율은 2011년 5.7%, 2012년 5.3%, 2013년 6.6%, 2014년 6.6%, 2015년 7.3%로 상승 추세다.

탈북민 유형을 보면 입국 당시 20∼30대 젊은 층이 전체의 58%로 절반이 넘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지난 2002년 남성을 추월하기 시작해 지난달 말 현재 전체 입국자의 71%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체 탈북 청소년 중 중국 등 제3국 출생 자녀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6명 “나는 하층민”=그러나 상당수 탈북민들은 남한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북한보다 남한에서의 삶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스스로 하층민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한국사회 융화’ 문제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이 2014년 이전에 입국한 만 15세 이상 탈북민 2444명(남성 878명·여성 1566명)을 대상으로 2015년 경제활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계층의식 문항에서 61.4%가 하층, 35.8%가 중간층, 1%가 상층이라고 답했다. 북한에 있을 때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해서는 51%가 중간층, 43.1%가 하층, 4.4%가 상층으로 여겼다고 응답했다. 북한에 살 때 상대적 빈곤감을 덜 느꼈던 셈이다. 같은 해 통계청의 조사에서 한국 사회의 일반 국민들은 탈북자들을 중간층 53%, 하층 44.6%, 상층 2.4% 등의 순으로 바라봤다.

탈북민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전년의 147만1000원보다 7만5000원 증가한 154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 조사에서 나타난 일반 국민의 229만7000원보다 75만1000원 낮은 67% 수준에 해당한다. 13세 이상 탈북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 북한이탈주민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남한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은 63.8%, ‘불만족스럽다’는 대답은 3.5%였다. 불만족 이유(복수 응답)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61.1%), ‘남한사회문화에 적응이 어려워서’(42.4%), ‘각종 편견과 차별 때문에’(30.9%) 등의 순으로 꼽혔다.

노후생활과 관련해 탈북민들의 33.7%는 ‘준비되고 있다’고 밝힌 반면, 65.1%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통계청 조사에서 한국인들의 72.6%가 노후생활을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해 당장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탈북민들은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절반이상이 기초수급자=탈북민 10명 중 6명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경기 거주자가 8185명, 서울 6900명, 인천 2584명으로 수도권에 전체의 64.1%가 몰려 있다. 최근 광주 탈북민이 600명을 돌파하면서 광주·전남에는 1200여명이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2014년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광주지역 탈북민 절반은 광산구(50.2%)에 거주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북구(32.3%), 서구(14.4%), 남구(2.3%), 동구(0.8%)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75.3%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31.4%로 가장 많았고 30대 28.5%, 40대 19.4%로 뒤를 이었다. 10대와 10대 미만 연령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남한에 먼저 정착한 부모가 중국이나 북한에 남아있던 자녀를 데려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광주에 사는 탈북민 중 64.4%는 국민기초생활보호 대상자였으며, 2년전보다 10.4%나 늘었다. 주거형태는 절대 다수가 영구·국민임대 아파트(78.5%)에서 거주하고 있고, 자가는 0.8%에 불과했다.

전남지역 탈북민은 여수(33.1%)와 목포(29.1%)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어 순천(14.5%), 무안(4.9%), 광양(4.5%) 순이었다.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는 51.8%로 광주보다는 적었다.

광주·전남 탈북민들은 탈북 동기에 대해 가장 많이 ‘식량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광주 20.4%, 전남 15.4%)을 들었다. ‘자유를 찾아서’(10.5%, 12.9%),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13.3%, 7.7%), ‘가족 따라서’(7.3%, 4.8%), ‘북한체제가 싫어서’(6.9%, 5%), ‘주변 사람의 권유’(5.3%, 1.8%), ‘신변을 위해서’(3.6%, 2.7%), ‘자녀에게 좋은 미래를 주기 위해’(2.1%, 2.1%) 등도 꼽았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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