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얼기설기 기워진 사각형의 창틀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오랜 세월 검정색 물감으로 덧칠해 만든 그림과도 같아.

캔버스의 상단 절반쯤은 보석처럼 빛나는 수많은 별들로 가득 채워졌고 그 아래 밋밋한 까만 공간은 가만히 누워서 별들의 이야기를 듣는 히말라야의 크고 작은 산줄기리라.

히말라야는 마음의 눈을 떠야 보이는 신령한 산이다. 눈으로 다 볼 수 없는 산이다.

히말라야는 허투로 말하지 않는다. 말의 지경을 넘어서야 신비의 말을 들을 수 있다. 히말라야는 신령한 말을 알아듣는 이들에게만 나직하게 속삭인다.

바람에 전해지는 산의 숨결. 숨결을 마셔 마음에 고이 새긴다. 흔들리는 타르쵸의 소리를 통해 마음속에 히말라야의 숨결, 히말라야의 음성, 히말라야의 풍모, 그리고 바람을 느낀다.

그 끝자락이 헤지고 헤진, 불법이 새겨진 수많은 깃발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히말라야의 바람에 나부꼈을까?

룽다, 타르쵸. 억만년을 그 자리에 선 채 미동도 없는 하얀 설산. 천상의 자태다.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한 무리의 야크 떼 뒤로 예민한 동물 염소는 풀을 뜯고 소금을 핥기 위해 경사 60도 바위산을 위태롭게 뛰어다닌다.

당나귀들은 제 몸뚱이만한 짐을 지고 목에 찬 방울을 딸랑거리며 수많은 협곡과 계곡 사이에서 흔들리는 기다란 다리를 위를 뒤뚱거리며 건너 산을 오른다. 크고 작은 아름다운 고산의 야생화들 사이로 새들이 포르릉 날아오른다.

문명의 모습은 눈으로 들어오고 자연의 소리는 귀로 들어와 마음에 새긴다.

마음의 고요를 그릴 수 있는 아주 넉넉한 여백의 풍경들. 난 잡다한 문명의 모든 것들을 다 털어내고 가슴 속에 있는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물감들을 묻혀서 까만 밤하늘 별 사이에 한 점 찍는다. 안나푸르나의 하얀 만년설 위에 하나 그리고 또 한 획은 계곡 사이를 휘젓고 달리는 파란 하늘 속에 둔다.



*김해성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19회

-쾰른아트페어, All About Ko rea(White Box, Munich, Germany)등 단체전 500여회

-조선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 한국미술협회 이사, 선과 색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