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이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이젤과 화구통을 둘러매고 멋진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리지는 않을까?

지난 1년간 연재됐던 ‘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 시즌 1이 지난 14일자 한희원 작가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 그동안 독자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대륙을 넘나들며 화가들과 동행했다.

김해성, 문명호, 문정호, 박구환, 박종석, 오광섭, 장현우, 정상섭, 정성준, 조정태, 주홍, 한희원. 기차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달리고, 각종 먹거리에 입맛을 다시고, 바다 속으로 잠기는 석양에 마음을 뺏기고. 12명 화가들도 우리네와는 다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중국 란저우 실크로드에서 술잔에 비친 별빛에 취한 김해성 작가, 파리에서 만난 반 고흐와 시간을 뛰어넘어 우정을 쌓은 한희원 작가. 조정태 작가는 5·18 묘역을 다녀온 후 쓸쓸함을 느꼈고, 주홍 작가는 문화를 통해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룬 일본 나오시마에서 광주 미래를 생각했다.

30대 청년 정성준 작가는 중국에 머물며 고독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전했고 인도를 다녀온 60대 정상섭 작가는 정갈한 고독이 우리 영혼을 채워준다고 말했다.

문정호 작가는 한여름 강원도 동강 그림으로 시원함을 선사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버린 문명호 작가는 창가에 앉아 있는 고양이를 통해 진정한 여유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순천 ‘문화의 거리’ 곳곳을 거닐며 느낀 감정을 멋진 그림과 함께 소개한 박구환 작가, 칭기스칸 혼이 살아있는 몽골에서 지도자 덕목을 일깨운 박종석 작가.

가족과 중국으로 여행가려고 공항까지 갔지만 비자를 깜박해 딸 울음을 터뜨린 장현우 작가와 겨울 휴가차 간 경기도 가평에서 눈을 맞으며 뛰노는 딸을 바라보는 오광섭 작가를 통해 소소한 웃음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장에서 펜으로 급하게 그린 스케치부터 여행 후 감상을 담아 정성껏 그린 작품까지. 지금껏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만 작품을 봐왔던 작가들의 작품이 말쑥한 정장 차림이라면 그림편지 작품은 이웃집 친구를 만날 때 입는 츄리닝이 떠오른다. 친구 또는 가족에게 보내듯 평소 몰랐던 작가들의 일상 모습이나 속마음을 생생하게 전했다.

광주일보 창사 기념일인 오는 20일부터 ‘광주로 띄우는 그림 편지’ 시즌2가 시작된다. 시즌2에는 강남구, 김영태, 김해성, 류재웅, 박수만, 박태후, 백준선, 송필용, 이영식, 전현숙, 정용규, 최재영, 황순칠 등 작가 13명이 참여한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