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40>생의 길 위에서 - 한희원
2016년 04월 14일(목) 00:00 가가
아! 눈부신 生이여
'생의 사색'
느슨한 봄날 먼 이국을 스쳐 지나온 서늘한 바람 사이로 길을 걷는다. 눈인지 꽃인지 모를 설화에 갇혀 꽃잎 하나를 태워 뿌린다. 태어나면 어쩔 수 없이 죽음을 향해 걸어가야 하지만 나는 의미를 잊은 채 산 벚꽃 위에 몸을 누인다.
떠나라. 떠나가라. 아니 떠나갈 수밖에 없다. 이 시간 이 존재만큼 나를 알 수 있는 것은 없는데 나는 눈이 멀어 앞을 볼 수가 없다.
무(無)의 의미에서 생명으로 나와 유일한 존재로서 생(生)의 길을 걷는 세상을 걸어가는 떠도는 무리들. 나는 무리에 섞여 길을 걷는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고독한 존재이다. 밤하늘에 헤일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있지만 그들 스스로 혼자인 것처럼 하나의 존재는 홀로 있는 고독한 존재다.
생의 여행길을 떠나 길을 걷고 있는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 하루 종일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알 수가 없다. 거울 밖에서 나를 봐야 하는데 거울 밖의 세상으로 나가지도 않고 거울 속으로 자꾸 들어간다.
4월의 눈부신 봄날 어느 시인의 읊조림처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눈부신 햇살은 비수가 되어 박힌다.
‘참혹하리만큼 쓸쓸한 날의 유희여/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날의 통증/잠든 영혼을 가르는 횟빛 칼날/아! 눈부신 생이여/눈부신 생이여’
(한희원 작 ‘생’)
가슴에 박힌 생의 파편은 비수가 되어 박힐 때 보다는 하나씩 뽑혀 나갈 때가 더 아프다. 박힐 때는 순간이지만 뽑혀 나갈 때는 뽑히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인지하기에 온 신경이 곧추서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일을 저지를 때에 순간의 감정으로 일을 저지를 때가 많다. 앞으로 찾아올 고통도 모른 채….
무엇이든지 처음 맞이하는 순간은 지혜의 사고를 잊게 한다. 많은 인류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역사적인 일들도 결말을 생각하지 않는 섣부른 망상에서 비롯된다. 앞으로 다가오는 고통을 모른 채 환희를 좇다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늪을 빠져 나오려고 힘을 쓸수록 나중에는 영혼까지 잠식된다.
길을 걷다 큰 나무 걸에 앉아 먼 들녘을 바라본다. 바람도 따라 걷다 내 곁에 앉았다.
‘바람을 따라 길을 걷다’라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홀로 있는 나무, 홀로 걷는 사람,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걷는 사내의 모습. 나는 생을 걷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거센 운명을 향해 걷는 사람의 모습이 어쩌면 나의 모습은 아닌지.
어린 시절 끝없이 먼지가 나는 신작로 길을 쏘다녔다. 골목길 끝자락에 살던 순이 누나의 노랫소리가 그립다. 을씨년스런 가을 강변에 서서 홍수에 떠내려가는 가구를 무심히 보던 남자의 뒷모습이 지금도 가슴에 박혀있다. 함평 어느 고등학교 운동장 위를 덮쳤던 검은 박쥐들의 무리. 모차르트 레퀴엠의 음률처럼 들려오는 검은 울음을 그 때 보았다. 양림동 교회당 언덕 위에서 바라 본 쌍무지개. 아름답고 아팠던 기억의 파편들이 박혀있다.
내 생(生)의 길은 어디만큼 와 있는가? 어디로 가는가? 나는 지금 어느 길을 걷고 있는가?
몽골의 사막에 누워 세상의 모든 별들을 바라 본 적이 있었다. 하늘의 모든 별들이 합창을 하면 어떤 노래가 들려올까? 눈부신 봄날인데도 잠이 들려고 한다. 내가 보냈던 청춘의 나날들은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사랑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은 어느 길목에서 서성이고 있는지. 참 쓸쓸한 날이다.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새벽녘에 눈을 떴다/어머님이 엎드려 기도하고 있었다/지금껏 그 휜 등허리를 잊지 못한다/그것은 들녘이었다’
(한희원 작 ‘여수로 가는 막차’ 일부)
얼마 전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평생 기도로 생활하신 분이다.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아들 옆에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이 가슴에 남아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던 날 아버지 눈가에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길고 긴 강을 보지 못했다. 만남과 헤어짐의 길이 생(生)의 길인가?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가? 내가 나를 떠나려 한다.
어느 봄날 문득 찾아 온 생의 물음.
*한희원
-조선대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33회, 뉴욕 아트 엑스포, 이스탄불 이르크 미술관 기획전, 파리 유네스코 세계본부 기획전 등 단체전 참여
-대동 미술상, 전남연극제 무대미술상, 원진미술상 등 수상
-신경림 시인(처음처럼), 곽재구 시인(낙타풀의 사랑), 임의진 목사(참꽃피는마을) 등에 그림삽화 및 영화 ‘친정엄마’ 테마그림
-남구 굿모닝 양림축제 조직위원장
떠나라. 떠나가라. 아니 떠나갈 수밖에 없다. 이 시간 이 존재만큼 나를 알 수 있는 것은 없는데 나는 눈이 멀어 앞을 볼 수가 없다.
생의 여행길을 떠나 길을 걷고 있는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 하루 종일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알 수가 없다. 거울 밖에서 나를 봐야 하는데 거울 밖의 세상으로 나가지도 않고 거울 속으로 자꾸 들어간다.
4월의 눈부신 봄날 어느 시인의 읊조림처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눈부신 햇살은 비수가 되어 박힌다.
‘참혹하리만큼 쓸쓸한 날의 유희여/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날의 통증/잠든 영혼을 가르는 횟빛 칼날/아! 눈부신 생이여/눈부신 생이여’
가슴에 박힌 생의 파편은 비수가 되어 박힐 때 보다는 하나씩 뽑혀 나갈 때가 더 아프다. 박힐 때는 순간이지만 뽑혀 나갈 때는 뽑히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인지하기에 온 신경이 곧추서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일을 저지를 때에 순간의 감정으로 일을 저지를 때가 많다. 앞으로 찾아올 고통도 모른 채….
길을 걷다 큰 나무 걸에 앉아 먼 들녘을 바라본다. 바람도 따라 걷다 내 곁에 앉았다.
‘바람을 따라 길을 걷다’라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홀로 있는 나무, 홀로 걷는 사람,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걷는 사내의 모습. 나는 생을 걷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거센 운명을 향해 걷는 사람의 모습이 어쩌면 나의 모습은 아닌지.
어린 시절 끝없이 먼지가 나는 신작로 길을 쏘다녔다. 골목길 끝자락에 살던 순이 누나의 노랫소리가 그립다. 을씨년스런 가을 강변에 서서 홍수에 떠내려가는 가구를 무심히 보던 남자의 뒷모습이 지금도 가슴에 박혀있다. 함평 어느 고등학교 운동장 위를 덮쳤던 검은 박쥐들의 무리. 모차르트 레퀴엠의 음률처럼 들려오는 검은 울음을 그 때 보았다. 양림동 교회당 언덕 위에서 바라 본 쌍무지개. 아름답고 아팠던 기억의 파편들이 박혀있다.
내 생(生)의 길은 어디만큼 와 있는가? 어디로 가는가? 나는 지금 어느 길을 걷고 있는가?
몽골의 사막에 누워 세상의 모든 별들을 바라 본 적이 있었다. 하늘의 모든 별들이 합창을 하면 어떤 노래가 들려올까? 눈부신 봄날인데도 잠이 들려고 한다. 내가 보냈던 청춘의 나날들은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사랑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은 어느 길목에서 서성이고 있는지. 참 쓸쓸한 날이다.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새벽녘에 눈을 떴다/어머님이 엎드려 기도하고 있었다/지금껏 그 휜 등허리를 잊지 못한다/그것은 들녘이었다’
(한희원 작 ‘여수로 가는 막차’ 일부)
얼마 전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평생 기도로 생활하신 분이다.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아들 옆에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이 가슴에 남아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던 날 아버지 눈가에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길고 긴 강을 보지 못했다. 만남과 헤어짐의 길이 생(生)의 길인가?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가? 내가 나를 떠나려 한다.
어느 봄날 문득 찾아 온 생의 물음.
*한희원
-조선대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33회, 뉴욕 아트 엑스포, 이스탄불 이르크 미술관 기획전, 파리 유네스코 세계본부 기획전 등 단체전 참여
-대동 미술상, 전남연극제 무대미술상, 원진미술상 등 수상
-신경림 시인(처음처럼), 곽재구 시인(낙타풀의 사랑), 임의진 목사(참꽃피는마을) 등에 그림삽화 및 영화 ‘친정엄마’ 테마그림
-남구 굿모닝 양림축제 조직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