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36> 미얀마- 김해성
2016년 02월 25일(목) 00:00 가가
더 많은 것을 취하려니 공허함만 낚이는구나
바간(Bagan), 천년의 시간 속으로….
한 떼의 새무리가 붉은 태양 속으로 뛰어들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우마차 한 대가 우뚝 솟은 커다란 파고다(불탑)의 모퉁이로 사라진다.
천년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며 붉게 물들어 가는 밀림의 크고 작은 불탑들이 수많은 비밀들을 수군거리며 털어내기 시작한다.
서너 시간 전부터 콜라를 팔기 위해 뒤따라 다니던, 하얀 가루 ‘타나까’를 볼에 바른 13살 소녀 ‘스웨인’은 내가 맘에 드는지 연신 날 보고 웃고 있다. 눈이 마주치면 수줍은 듯 작은 두 어깨 사이에 고개를 파묻으며 외면했다가 이내 또 바라보고 웃는다.
“멋있지?”
알아듣지도 못한 나의 질문에 답하는 스웨인의 수줍은 미소가 붉은 노을에 젖어 더더욱 곱게 보인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우거진 밀림 사이로 3000개의 파고다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일어서는 것처럼 느껴진다. 점점 주위가 붉게 물들어 가자 사람들이 웅성대며 떨어지는 해를 향해 모든 오감을 집중하기 시작한다.
정적이 흐르고 시간이 멈추는 것 같은 숭고한 아름다움에 취해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있다. 붉은 태양이 쏟아지는 곳은 붉게 물들어 눈부신 찬란함을 자랑했다. 태양을 등진 곳은 어두운 실루엣에 잠겨 또 다른 환상적인 미을 뽐냈다.
숲속의 탑들을 바라보며 감싸 쥔 커피잔의 따스함과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마시는 한 모금의 커피향. 그리고 가만히 다가와 내 어깨에 머리를 누이는 스웨인의 수줍은 미소 같던 빨간 노을….
한순간 모든 것들이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져 그저 멍하니 그렇게 한동안 앉아있다.
주위는 암흑으로 깊게 깔리고 제 자리를 차지한 은은한 달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밀림의 탑들이 가히 장관이었지만 정작 내려갈 길이 아득한지라 조심스레 난간을 붙잡고 일어난다.
바간에서의 하루는 3000개의 파고다 속에서 신비스러운 역사와 함께 잊혀지지 않을 천 년의 감동으로 시작됐다.
인레(Inle)호수, 때 묻지 않은 물위의 삶….
아침 일찍 보트는 물안개 가득한 호수를 가로지른다.
수상사원에서 들리는 낮은 톤의 불경 소리가 호수 위에 자욱이 깔리며 물안개와 뒤섞인다. 호수에 사는 부족들은 장대로 물을 내리치며 여명 속을 헤쳐 나간다. 여기저기 물 위를 미끄러지는 보트 위엔 어김없이 갈매기 떼들이 따라다닌다. 사람들이 주는 빵부스러기나 과자를 얻어먹기 위해서이다. 인레호수에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갈매기들은 먹이를 구하는 손쉬운 방법을 찾게 된 거 같다.
보트를 타고 한참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22km 호수. 표면적은 116㎢에 달한다.
말해주지 않으면 바다인지 호수인지 구분이 안 되는 드넓은 인레호수는 고개를 들면 하늘이 이마에 닿을 듯한 높은 산(해발 900m) 위에 자리하고 있다.
호수의 오랜 주인인 인타족은 ‘호수의 아들’이란 뜻으로 매일 드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며 삶을 영위한다. 곡예를 하듯 한 발로 노를 젓는 방식이 독특하면서도 신비롭다.
한 발은 배 위를 딛고 다른 발과 장딴지에 노를 끼어 저으면서 양손을 이용해 그물을 내리곤 한다. 그들은 호수에서 태어나 호수에 기대 생활하며 물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밍글라바”
만나는 사람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밍글라바 뜻은 ‘착한 일 많이 해서 행복하세요’다.
정말로 미얀마 사람 대부분은 착하고 행복해 보인다. 그들은 순박하다. 160여 개의 소수민족이 살아간다.
붉은 두건을 머리에 감싸거나 목에 굴렁쇠를 찬 고산족과 마주치는 것은 이곳에서는 흔한 일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불교유적과 소수민족들의 천진난만한 삶이 그 안에 녹아 있다.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 취하고, 욕심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간다.
더 많은 것을 취하기 위해 애쓰는 부질없는 몸부림, 넘치게 가지고 있어도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삶은 공허함만 남겨질 뿐이다.
미얀마 여행은 느긋하게 내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찌를듯 솟아있는 파고다 첨탑 옆 포플러 이파리가 엷은 바람에 반짝이고 그 뒤로 작은 구름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김해성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19회
-쾰른아트페어(쾰른), All About Korea(White Box, Munich, Germany) 등 단체전 500여회
-조선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 한국미술협회 이사, 선과 색 회원
한 떼의 새무리가 붉은 태양 속으로 뛰어들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우마차 한 대가 우뚝 솟은 커다란 파고다(불탑)의 모퉁이로 사라진다.
천년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며 붉게 물들어 가는 밀림의 크고 작은 불탑들이 수많은 비밀들을 수군거리며 털어내기 시작한다.
서너 시간 전부터 콜라를 팔기 위해 뒤따라 다니던, 하얀 가루 ‘타나까’를 볼에 바른 13살 소녀 ‘스웨인’은 내가 맘에 드는지 연신 날 보고 웃고 있다. 눈이 마주치면 수줍은 듯 작은 두 어깨 사이에 고개를 파묻으며 외면했다가 이내 또 바라보고 웃는다.
알아듣지도 못한 나의 질문에 답하는 스웨인의 수줍은 미소가 붉은 노을에 젖어 더더욱 곱게 보인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우거진 밀림 사이로 3000개의 파고다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일어서는 것처럼 느껴진다. 점점 주위가 붉게 물들어 가자 사람들이 웅성대며 떨어지는 해를 향해 모든 오감을 집중하기 시작한다.
정적이 흐르고 시간이 멈추는 것 같은 숭고한 아름다움에 취해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있다. 붉은 태양이 쏟아지는 곳은 붉게 물들어 눈부신 찬란함을 자랑했다. 태양을 등진 곳은 어두운 실루엣에 잠겨 또 다른 환상적인 미을 뽐냈다.
한순간 모든 것들이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져 그저 멍하니 그렇게 한동안 앉아있다.
바간에서의 하루는 3000개의 파고다 속에서 신비스러운 역사와 함께 잊혀지지 않을 천 년의 감동으로 시작됐다.
인레(Inle)호수, 때 묻지 않은 물위의 삶….
아침 일찍 보트는 물안개 가득한 호수를 가로지른다.
수상사원에서 들리는 낮은 톤의 불경 소리가 호수 위에 자욱이 깔리며 물안개와 뒤섞인다. 호수에 사는 부족들은 장대로 물을 내리치며 여명 속을 헤쳐 나간다. 여기저기 물 위를 미끄러지는 보트 위엔 어김없이 갈매기 떼들이 따라다닌다. 사람들이 주는 빵부스러기나 과자를 얻어먹기 위해서이다. 인레호수에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갈매기들은 먹이를 구하는 손쉬운 방법을 찾게 된 거 같다.
보트를 타고 한참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22km 호수. 표면적은 116㎢에 달한다.
말해주지 않으면 바다인지 호수인지 구분이 안 되는 드넓은 인레호수는 고개를 들면 하늘이 이마에 닿을 듯한 높은 산(해발 900m) 위에 자리하고 있다.
호수의 오랜 주인인 인타족은 ‘호수의 아들’이란 뜻으로 매일 드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며 삶을 영위한다. 곡예를 하듯 한 발로 노를 젓는 방식이 독특하면서도 신비롭다.
한 발은 배 위를 딛고 다른 발과 장딴지에 노를 끼어 저으면서 양손을 이용해 그물을 내리곤 한다. 그들은 호수에서 태어나 호수에 기대 생활하며 물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밍글라바”
만나는 사람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밍글라바 뜻은 ‘착한 일 많이 해서 행복하세요’다.
정말로 미얀마 사람 대부분은 착하고 행복해 보인다. 그들은 순박하다. 160여 개의 소수민족이 살아간다.
붉은 두건을 머리에 감싸거나 목에 굴렁쇠를 찬 고산족과 마주치는 것은 이곳에서는 흔한 일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불교유적과 소수민족들의 천진난만한 삶이 그 안에 녹아 있다.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 취하고, 욕심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간다.
더 많은 것을 취하기 위해 애쓰는 부질없는 몸부림, 넘치게 가지고 있어도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삶은 공허함만 남겨질 뿐이다.
미얀마 여행은 느긋하게 내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찌를듯 솟아있는 파고다 첨탑 옆 포플러 이파리가 엷은 바람에 반짝이고 그 뒤로 작은 구름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김해성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19회
-쾰른아트페어(쾰른), All About Korea(White Box, Munich, Germany) 등 단체전 500여회
-조선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 한국미술협회 이사, 선과 색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