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아지트 ② 담양 우표박물관]
2016년 01월 18일(월) 00:00
소박한 추억의 공간서 만나는 역사와 문화
조각가 나상국·이진하 부부
40년간 모은 1000여장 전시

담양 우표박물관에서는 역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부터 역사, 경제, 예술, 북한 우표까지 주제별로 총 1000여장을 만날 수 있다.

인터넷 이메일이 탄생하기 전에는 누구나 우표를 사용했다. 작은 우표는 굳이 편지봉투에 붙이지 않더라도 예쁜 그림이나 문구가 새겨져 있어 수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네 기억 한켠에 숨어버렸지만 담양에 가면 추억 속 우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지난 15일 오후 방문한 ‘우표박물관이 살아있다’(관장 이진하)에서는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한적한 시골별장 분위기가 느껴졌다.

건물 오른편에 위치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자 벽마다 주제별로 전시된 우표1000여장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 옆에는 돋보기 10여개가 비치돼 있어 작은 우표(2×2.5㎝)도 자세히 볼 수 있다. 우표들은 대부분 사람 눈높이에 걸려 있었다. 눈을 가까이 대고 봐야할 경우가 많은데 자세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가 엿보였다.

이진하(여·51) 관장은 우리나라 첫 우표인 문위우표부터 안내했다. 1884년 우정총국이 설치되며 음력 10월1일 발행된 문위우표는 딱 21일만 사용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비운의 우표다. 우정국 책임자인 홍영식이 갑신정변으로 처형됐기 때문이다. 사용기간이 짧고 역사적 의미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고 희귀한 우표로 꼽히고 있다.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기 전 미군정 시기에 사용된 우표는 일본 것을 사실상 그대로 썼다. 우표 위에 한글로 ‘조선 우표 5전’ 등 문구를 덧찍어 사용했다. 정부수립 이후에는 다양한 종류가 발행됐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취임, 국회 개원, 헌법 공표, 해방 1주년 등 역사적 기념일마다 우표가 제작됐다.

한국전쟁 이후 우표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 1946년 한글반포 500주년 기념우표가 50전이었는데 1952년 이승만 2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의 가격은 1000원이다. 당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57년 수해 구제의연금 첨가우표도 눈에 띈다. 인쇄된 ‘40+10’은 요금 외 10환을 성금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우표가 성금모금 창구 역할까지 한 셈이다. 그 옆으론 KBS ‘TV쇼 진품명품’에서 개당 감정가 200만원에 책정돼 화제를 모은 ‘연하특별우표’(1957)가 보인다.

초대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역대 대통령들 우표도 만날 수 있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해외 순방때마다 우표를 발행하는 등 가장 많은 기념우표를 만들어 타 대통령과 비교 된다. 최근 서거한 김영삼 대통령을 찾는 사람이 가장 많다고 한다.

한쪽 벽면을 차지한 북한우표는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내용과 세련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루벤스 작품이 실리는가 하면 이탈리아 축구대표팀도 소재로 삼았다. 대부분 수출용으로 제작됐으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얼굴만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이밖에 국내 첫 향기를 첨가한 ‘2015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 기념이나 2014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방문 기념 우표도 볼 수 있다.

1000원만 내면 엽서나 편지를 써서 보낼 수도 있다. 박물관 앞에 설치된 우체통에 넣으면 매일 집배원이 수거해간다.

지난해 9월 정식 개관한 우표박물관은 전국에서 유일한 민간우표박물관이다. 조각가인 나상국(58)·이진하씨 부부가 작업실 일부를 리모델링해 165㎡(50평) 규모의 전시장과 카페(10평)를 꾸몄다.

서로 만나기 전인 약 40년부터 우표를 모았던 부부는 취미를 활용해 박물관을 세우기로 결심, 지난해 꿈을 이뤘다. 우표는 빛이나 공기에 접촉하는 순간부터 색이 바래기 때문에 값어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부부는 많은 사람들과 우표 감상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했다.

이 관장은 “우표박물관은 우표수집 추억, 연예편지를 쓰던 설렘을 떠오르게 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 등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며 “앞으로는 계절에 맞춰 전시 주제를 바꾸고 카페에 작은 갤러리도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운영시간 오전10∼오후6시(매주 월요일 휴관), 요금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문의 061-383-3863

/글·사진=김용희기자 kim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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