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 <29>멕시코-정상섭
2015년 12월 07일(월) 00:00 가가
소통의 다른 이름
따스한 포옹
따스한 포옹
현대를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내면으로부터 외부와 끊임없이 새롭게 소통하고 있다.
그러면서 치열한 사회적 경쟁 속에서 삶의 빠른 속도감에 지치고 때론 그 삶에 익숙해지고 만다.
무언가 어떤 선택을 할 경우가 있다면 과감하거나 단호하게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믿고 확신을 갖는 자세가 중요하다. 바람에 세상의 향기가 날리는 순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이 생기면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때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것과도 같다.
무언가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현 시대를 살아가다보면 소박한 일상의 여유와 따스한 위로가 필요하게 된다. 삶의 빈틈의 시간이 있을 때 현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떻게 쇄신해야 할까? 간혹 아방가르드적 영화 한편이나 한 곡의 음악 또는 그윽한 커피 한잔으로도 소소한 작은 위안을 받기도 한다.
혁명가가 되기 전 의학도였던 체 게바라가 오토바이로 광활한 남미를 여행하며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모터싸이클 다이어리’같은 영화 한편으로도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막연히 동경하는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무한감동으로 삶을 충전하고 활력을 얻는다. 그리고 일상으로 되돌아 온 순간 당시의 낯선 감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여행 중에 사진은 거의 찍지 않는다. 그냥 마음 깊숙이 기억으로 채워둔다. 그러면서 또 다시 새로운 세계에 대해 심상적으로 도전한다.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소원하고 희망하는 목적 의식은 같다고 본다.
현재 삶의 형태는 여행의 진행형이다. 문명의 저편을 돌아다니다 보면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여행의 궤적들과 함께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여행 중에 자신은 발전하고 사고도 바뀌고 다른 사람이 된다.
멕시코 남쪽 유카탄반도 주도 메리다에서 버스를 24시간 타고 거꾸로 멕시코시티로 올라왔다. 멕시코시티는 해발 고도 2240m에 위치해 있으니 무등산 정상 두배 정도 높이에 있다고 상상해 보면된다.
멕시코는 전 지역에 걸쳐진 유적지가 무려 4만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멕시코시티는 유네스코로부터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대규모 유적지다. 멕시코인이 세계에 자랑하는 국립인류학박물관은 멕시코 문명을 조망하기 좋은 곳이다.
전 지역에 흩어져 있는 고고학적으로,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유물들을 시대에 맞게 잘 전시해 관람객이 몰입하기에 아주 훌륭한 곳이다.
멕시코시티 북동쪽으로 50㎞정도 떨어진 곳에는 고대 도시 테오티와칸이 있다. 오래전 영화 ‘엑스파일’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던 그룹 오아시스 멤버 노엘 갤러거는 ‘테오티와칸’이라는 제목으로 작곡을 하기도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고대의 엄청난 도시규모를 상상할 수가 있다. 그리고 두 개의 거대한 피라미드의 위용에 압도당한다. 이집트 피라미드가 무덤인 반면 이곳 피라미드는 꼭대기가 모두 신전으로 조성돼 있다. 테오티오칸 피라미드는 이집트 피라미드와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65m 정도 높이로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기도 힘든 가파른 계단 경사면 꼭대기 정상에 조성된 신전은 아주 놀랍다. 신전에 올라가 주변을 돌아보면 건너편에 높이가 조금 낮은, 42m 정도로 경사가 완만한 달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는 훌륭한 한쌍의 기념비적인 건축 유물이다. 꼭대기에 서서 신전에서 행해졌을 의식을 상상해보니 멜 깁슨이 만든 ‘아포칼립토’(그리스어로 새로운 시작, 새로운 출발)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이런 까닭에 그들 부부의 이야기가 놀라운 것이다. 삶의 우여곡절인 비루함, 실망은 그들의 관계를 끊어 놓지 못했다. 그들은 의존적인 관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소통하는 관계, 마치 몸 속을 흐르는 피와 같고 호흡하는 공기와 다름 없는 관계였다.”
노벨문학상후보로 추천된 프랑스작가 르 클레지오가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에 대한 평전에서 쓴 글이다.
리베라, 오로스코, 시케이로스 3명의 유명한 멕시코 벽화운동가가 있지만 멕시코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예술가는 부부였던 리베라와 칼로다. 멕시코의 피카소라 할 수 있는 리베라이지만 칼로는 비극적인 삶과 고뇌에 찬 자신의 초상화와 기괴하고 초현실주의적 작품 이미지로 7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이었다. 이런 연유로 칼로는 오히려 리베라보다 전세계에 부각된다. 아마도 프리다 칼로는 예술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통에 목말라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면서 포옹을 말하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또 한명의 예술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이 천재 영화감독이 만든 작품 ‘바벨’을 다시 한번 꺼내보며 12월을 맞이한다.
* 정상섭 프로필
-조선대학교 미술과·동대학원 졸
-개인전20회(서울, 광주, 필라델피아, 휴스톤)
-백제의 바람전(교토), 오늘의 세계미술현장전(서울), CAPPING전(동경) 등 그룹전 150여 회 참여,
-호남예술제, 광주시·대구시미술대전심사위원역임
-현 한국미협 및 전업미술가회 회원.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포럼위원, 전업작가
그러면서 치열한 사회적 경쟁 속에서 삶의 빠른 속도감에 지치고 때론 그 삶에 익숙해지고 만다.
무언가 어떤 선택을 할 경우가 있다면 과감하거나 단호하게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믿고 확신을 갖는 자세가 중요하다. 바람에 세상의 향기가 날리는 순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이 생기면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때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것과도 같다.
혁명가가 되기 전 의학도였던 체 게바라가 오토바이로 광활한 남미를 여행하며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모터싸이클 다이어리’같은 영화 한편으로도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막연히 동경하는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무한감동으로 삶을 충전하고 활력을 얻는다. 그리고 일상으로 되돌아 온 순간 당시의 낯선 감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멕시코 남쪽 유카탄반도 주도 메리다에서 버스를 24시간 타고 거꾸로 멕시코시티로 올라왔다. 멕시코시티는 해발 고도 2240m에 위치해 있으니 무등산 정상 두배 정도 높이에 있다고 상상해 보면된다.
멕시코는 전 지역에 걸쳐진 유적지가 무려 4만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멕시코시티는 유네스코로부터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대규모 유적지다. 멕시코인이 세계에 자랑하는 국립인류학박물관은 멕시코 문명을 조망하기 좋은 곳이다.
전 지역에 흩어져 있는 고고학적으로,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유물들을 시대에 맞게 잘 전시해 관람객이 몰입하기에 아주 훌륭한 곳이다.
멕시코시티 북동쪽으로 50㎞정도 떨어진 곳에는 고대 도시 테오티와칸이 있다. 오래전 영화 ‘엑스파일’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던 그룹 오아시스 멤버 노엘 갤러거는 ‘테오티와칸’이라는 제목으로 작곡을 하기도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고대의 엄청난 도시규모를 상상할 수가 있다. 그리고 두 개의 거대한 피라미드의 위용에 압도당한다. 이집트 피라미드가 무덤인 반면 이곳 피라미드는 꼭대기가 모두 신전으로 조성돼 있다. 테오티오칸 피라미드는 이집트 피라미드와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65m 정도 높이로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기도 힘든 가파른 계단 경사면 꼭대기 정상에 조성된 신전은 아주 놀랍다. 신전에 올라가 주변을 돌아보면 건너편에 높이가 조금 낮은, 42m 정도로 경사가 완만한 달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는 훌륭한 한쌍의 기념비적인 건축 유물이다. 꼭대기에 서서 신전에서 행해졌을 의식을 상상해보니 멜 깁슨이 만든 ‘아포칼립토’(그리스어로 새로운 시작, 새로운 출발)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이런 까닭에 그들 부부의 이야기가 놀라운 것이다. 삶의 우여곡절인 비루함, 실망은 그들의 관계를 끊어 놓지 못했다. 그들은 의존적인 관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소통하는 관계, 마치 몸 속을 흐르는 피와 같고 호흡하는 공기와 다름 없는 관계였다.”
노벨문학상후보로 추천된 프랑스작가 르 클레지오가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에 대한 평전에서 쓴 글이다.
리베라, 오로스코, 시케이로스 3명의 유명한 멕시코 벽화운동가가 있지만 멕시코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예술가는 부부였던 리베라와 칼로다. 멕시코의 피카소라 할 수 있는 리베라이지만 칼로는 비극적인 삶과 고뇌에 찬 자신의 초상화와 기괴하고 초현실주의적 작품 이미지로 7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이었다. 이런 연유로 칼로는 오히려 리베라보다 전세계에 부각된다. 아마도 프리다 칼로는 예술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통에 목말라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면서 포옹을 말하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또 한명의 예술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이 천재 영화감독이 만든 작품 ‘바벨’을 다시 한번 꺼내보며 12월을 맞이한다.
* 정상섭 프로필
-조선대학교 미술과·동대학원 졸
-개인전20회(서울, 광주, 필라델피아, 휴스톤)
-백제의 바람전(교토), 오늘의 세계미술현장전(서울), CAPPING전(동경) 등 그룹전 150여 회 참여,
-호남예술제, 광주시·대구시미술대전심사위원역임
-현 한국미협 및 전업미술가회 회원.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포럼위원, 전업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