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 <25>제주-장현우
2015년 11월 09일(월) 00:00 가가
예술로 재탄생한 공간 … 일상을 재충전한 시간
옛 제주대 병원 건물을 활용한 문화예술공간에 설치된 이병찬 작가의 작품 ‘도시생명체’를 스케치했다.
낡은 쌀 창고에 문화의 기운을 불어 넣은 담양 담빛예술창고가 개관한 후 휴일도 없이 바쁘게 달려온 시간이었다. 지역의 큰 행사인 담양 세계 대나무박람회까지 겹쳐 전시회가 열리는 공간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잠시 짬을 내 제주로도 출장 겸 휴식을 가기로 했다. 처음 세운 계획은 최대한 빨리 업무를 마치고 호텔에서 편하게 쉬는 것이었다. 하지만 출발부터 쉽지 않아 비행기 편은 구할 수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목포에서 제주도로 가는 배편을 예약했다.
오전 9시 출항이라 새벽밥 먹고 담양에서 출발해 목포항에 도착했다. 부랴부랴 티켓팅을 하고 2만4000t급 씨스타크루즈호에 오르니 일반객실이라 창문도 없고 좀 답답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탄 배는 세월호 보다 3배나 큰 목포∼제주 카페리였지만 객실 안 모습을 보니 얼마 지나지 않은 세월호 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답답하고 힘들었을지 이해가 가는 듯하다. 하지만 이미 그런 생각들은 잊은 듯 객실 안 사람들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니 왠지 씁쓸한 마음이다.
평온한 날씨에 밖으로 나와 신안반도를 지나고 있는 선상 위에 섰다. 아이와 함께 잠시 업무와 세상 사는 일을 잊고 다도해식 명칭인 발가락 섬, 손가락 섬, 고사도 등 섬들을 바라보며 스케치를 시작했다.
4시간30분간의 항해 끝에 오후 1시 30분 제주항에 도착했다. 시간이 빠듯해 바로 행사장인 호텔 워크숍 장소로 이동했다.
이번 행사는 국비로 진행되는 전국 17개 도시재생 프로그램 ‘폐산업시설을 예술로 공간 재창조’의 하나인 제주의 ‘예술공간과 도시를 잇다’ 지역 컨퍼런스였다. 컨설팅단, 사업단과 각 지역 담당자들이 모여 각자의 사례와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우리 지역의 담양 담빛예술창고와 광주 소촌아트팩토리, 나주 나비센터 역시 이와 함께 진행된 프로젝트다.
워크숍은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진행 속도와 순서는 다르지만 서로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문제점에 대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제주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비어있던 옛 제주대 병원 건물을 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중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그동안 비어있던 옛 병원 건물이 갤러리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전시됐고 파일럿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담빛예술창고 개관전시에 참여했던 이병찬 작가의 ‘도시생명체’ 작품을 시작으로 전시는 3층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최근 유행하는 인터렉티브 아트와 현대미술이 주로 선보인 전시였다. 잠시나마 바쁜 일정 속에서 작품과 대화하며 사색에 빠졌다.
오늘날 현대 미술작품은 예술가의 철학과 의식을 대변하지 못하고 관람자에게 휴식과 힐링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당대 예술 작품이 시끄러운 현대인의 마음에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고 진정한 휴식과 사색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점만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 전공자로서 좋은 전시를 보았을 때 만큼의 정신적 휴식과 힐링은 없을 것이다.
수영장이 있는 이국적인 호텔에서 한가하게 독서와 함께 음악회를 감상하며 와인 한잔에 피로를 풀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런 휴식을 꿈꾸며 오랜 시간 배 타는 것을 감수하며 참가했다. 하지만 개관식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이 곳에서 느꼈던 감흥이 호텔에서의 휴식보다 더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조용하게 산책하고 카페에서 공연을 보며 커피 한잔하고 쉬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떠 일출을 보고자했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좀 아쉬웠다. 일행을 깨워 호텔 앞 해변을 산책하고 들물 파도와 놀다가 신발까지 젖으며 마무리 휴식을 챙긴 것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기억으로 남았다.
광주·전남의 미래와 미술 발전을 위해 시작한 국제예술창작촌 조성사업이 조만간 끝이 난다. 마지막까지 동료 예술인들과 함께 힘을 모아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데 이번 짧은 여행이 큰 힘이 될 듯하다.
* 장현우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중국로신미술학원 왕성렬 예술중심 수학.
-개인전 17회. 국내외 그룹초대전 500여회.
-영무예다음 창작공간 레지던시. 북경광주시립미술관 레지던시. 현재 한국미협 및 전업미술가협회 회원, 담양군 문화재단 국제예술 창작촌 총괄기획.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잠시 짬을 내 제주로도 출장 겸 휴식을 가기로 했다. 처음 세운 계획은 최대한 빨리 업무를 마치고 호텔에서 편하게 쉬는 것이었다. 하지만 출발부터 쉽지 않아 비행기 편은 구할 수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목포에서 제주도로 가는 배편을 예약했다.
우리가 탄 배는 세월호 보다 3배나 큰 목포∼제주 카페리였지만 객실 안 모습을 보니 얼마 지나지 않은 세월호 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답답하고 힘들었을지 이해가 가는 듯하다. 하지만 이미 그런 생각들은 잊은 듯 객실 안 사람들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니 왠지 씁쓸한 마음이다.
4시간30분간의 항해 끝에 오후 1시 30분 제주항에 도착했다. 시간이 빠듯해 바로 행사장인 호텔 워크숍 장소로 이동했다.
워크숍은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진행 속도와 순서는 다르지만 서로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문제점에 대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제주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비어있던 옛 제주대 병원 건물을 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중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그동안 비어있던 옛 병원 건물이 갤러리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전시됐고 파일럿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담빛예술창고 개관전시에 참여했던 이병찬 작가의 ‘도시생명체’ 작품을 시작으로 전시는 3층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최근 유행하는 인터렉티브 아트와 현대미술이 주로 선보인 전시였다. 잠시나마 바쁜 일정 속에서 작품과 대화하며 사색에 빠졌다.
오늘날 현대 미술작품은 예술가의 철학과 의식을 대변하지 못하고 관람자에게 휴식과 힐링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당대 예술 작품이 시끄러운 현대인의 마음에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고 진정한 휴식과 사색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점만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 전공자로서 좋은 전시를 보았을 때 만큼의 정신적 휴식과 힐링은 없을 것이다.
수영장이 있는 이국적인 호텔에서 한가하게 독서와 함께 음악회를 감상하며 와인 한잔에 피로를 풀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런 휴식을 꿈꾸며 오랜 시간 배 타는 것을 감수하며 참가했다. 하지만 개관식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이 곳에서 느꼈던 감흥이 호텔에서의 휴식보다 더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조용하게 산책하고 카페에서 공연을 보며 커피 한잔하고 쉬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떠 일출을 보고자했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좀 아쉬웠다. 일행을 깨워 호텔 앞 해변을 산책하고 들물 파도와 놀다가 신발까지 젖으며 마무리 휴식을 챙긴 것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기억으로 남았다.
광주·전남의 미래와 미술 발전을 위해 시작한 국제예술창작촌 조성사업이 조만간 끝이 난다. 마지막까지 동료 예술인들과 함께 힘을 모아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데 이번 짧은 여행이 큰 힘이 될 듯하다.
* 장현우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중국로신미술학원 왕성렬 예술중심 수학.
-개인전 17회. 국내외 그룹초대전 500여회.
-영무예다음 창작공간 레지던시. 북경광주시립미술관 레지던시. 현재 한국미협 및 전업미술가협회 회원, 담양군 문화재단 국제예술 창작촌 총괄기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