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孤山) 윤선도의 발자취 보길도.

2박3일 일정이다. 화우들과 함께 무척이나 흥분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출발 당시 더운 여름을 보내고 다가올 가을을 준비하는 9월 초 어느 오전에 함께한 우리들의 마음을 아는 듯 자욱한 안개는 흰 도화지에 먹물을 뿌린 것처럼 나의 마음에 한폭의 동양화를 그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맑은 햇살이 퍼져가고 자욱했던 안개는 누군가의 가슴에 스며들듯 사라졌지만 화우들과의 보길도 담소로 그 누구도 차창 밖의 변화에 신경쓰지 않았다.

해남 땅끝으로 가는 길 참 오랜만에 나들이다.

해남 땅끝에서 배를 타고 우린 아름다운 섬 보길도로 파도를 가르며 40여분을 달려 노화도 산양진항에 도착했다. 이젠 연도교로 하나가 된 노화도와 보길도는 어느 한곳 흘려 보낼 수 없는 장관을 우리들에게 선사했다.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보길도 윤선도 원림이었다.

조선중기의 시인이자 문신인 고산 윤선도는 세상에 회의를 느끼고 제주도로 향하다 보길도(연꽃을 닮은 섬-부용동)를 보고 너무 아름다워 머물게 됐다고 한다.

세연정 정자와 연못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수련들이 평화롭다. 그리고, 배롱나무와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고 아름다운 신선들의 정원을 보는듯 했다.

일정상 구석구석 산책을 즐기지는 못했으나 고산이 인생을 충분히 즐기면서 살았음이 상상될 만큼 잘 꾸며 놓은듯 했다.

낙서재는 고산 윤선도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독서와 사색을 즐겼던 안식처이다. 동천석실(신선이 노는곳)은 윤선도의 이상 세계인 부용동을 바라볼 수 있는 낙서재 앞산 중턱으로 자리하는데 최고의 경관을 보여주는 하늘의 정원이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가 되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 일행은 귀와 눈이 아름다운 보길도 예송리로 발길을 향했다.

예송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변은 활처럼 휘어져 있는데 여느 해변과는 다르게 금빛 모래가 아닌 몽돌로 수놓여 있다. 작은 몽돌 몇 개를 주머니에 넣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이 작은 몽돌도 이곳에서 파도와 만나 ‘또르르르’ 돌 구르는 소리를 낼때 진정 가치 있고 제 생명을 다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구도 자연이 만들어낸 모난 곳 하나없는 작은 몽돌 하나의 생명과 가치를 쉽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보길도 예송리의 방풍 상록수림 또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일정은 2박3일이었으나 태풍의 북상 소식에 우리 일행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를 선착장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차 속의 풍경은 출발 당시 차창 밖의 안개처럼 고즈넉하고, 나는 그안에 조용히 몸을 맡겨본다.

* 문정호

-개인전 5회, 구상대제전(한가림미술관)·한중 정예작가 대작전(세종문화회관)·뉴질랜드 국회의장 초대전(뉴질랜드) 등 단체전 다수

-대한민국 미술대전·무등미술대전·전남도전 심사위원

-신작전, KAMA, 전업작가회, 한국미술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