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 <20> 베이징- 정성준
2015년 10월 05일(월) 00:00 가가
아이디어는 많고 인생은 짧다
798 예술구의 상징인 오래된 기차.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히포크라테스)
여기서 아트는 예술이 아니라 의술을 말하는 거였다. 수많은 질병 앞에서 의술의 무력감을 느낀 히포크라테스가 익혀야 할 의술은 너무 많은데 벌써 늙어 버린 자신을 한탄하며 한 말이었다고 한다. 이 명언을 예술가들이 인용해 예술의 종점에 이르긴 어려운데 사람의 일생은 정해져 있다는 뜻으로 사용돼 왔다.
현재 젊은 작가로서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는 2009년 1월 부푼 꿈을 안고 베이징으로 유학을 왔다. 내가 좋아하는 사실주의 미술을 더 공부하고자 했고 앞으로 더 성장될 미술시장을 바라보며 베이징으로의 유학을 결정했었다.
중국은 경제 성장과 함께 발전된 미술시장 덕택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겨난 798 예술구. 그곳은 예술가들이 싼 임대료와 편리한 작업실을 찾다 우연히 발견한 국영 공장 지대로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예술촌이 형성된 곳이다.
이후 점점 갤러리들도 하나씩 늘어 가며 관광객들도 찾기 시작하면서 798은 베이징의 유명한 관광지이자 작가들의 활동 무대로 발전됐다.
하지만 798 예술구도 점점 세월이 지나감에 또 다른 형태로 변모되기 시작했다.
더욱 큰 예술 무대로 발전되길 바랬던 내 기대와는 다르게 차츰 차츰 갤러리들의 숫자들은 줄어들고 예쁜 커피숍과 기념품 상점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중국의 거품 경제가 꺼짐과 더불어 미술 시장도 차츰 어두워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갤러리들이 문을 닫았다. 화려했던 798예술구의 매력은 사라지고 점점 겉치장만 꾸민 상점들만 보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의 국수주의 사상으로 외국 작가들에게 배타적이었던 까닭에 3년동안 조금한 단체전 한번도 끼어 보지 못한 나로서는 아쉬움과 절망감이 컸다.
그 와중에 운이 좋게도 영국사람들이 주체하는 소규모 아트페어 공모로 겨우 한 점의 작품을 출품하게 됐다. ‘798 space’에서 주최한 이 행사에 출품된 1000여 점의 작품 가운데 내 작품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크기에 밀려 나조차도 찾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괜찮았다. 이렇게 어렵게 시작된 초라한 나의 작가 활동은 한해 한해 커져 작년에는 개인전을 가졌으며 각종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해 작품 판매도 하고 있다.
최근 798 예술구에 위치한 여러 전시장에서는 실험적인 현대 미술이 많이 눈에 띈다. 여러 나라들의 현대미술작가들이 베이징에서 활동하며 영향을 끼친 것도 있지만 외국 유학을 갔었던 중국 작가들이 귀국 후 활동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798의 유명 갤러리들이 외국 거장들의 전시를 자주 열어 나와 중국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위대한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개인전이 UCCA에서 열렸다. 인종차별에 대한 그의 예술작품은 내게 너무 멋진 감동을 선사했다.
매번 그의 작품을 보고 나올 때면 왠지 모를 허탈감에 젖는다. 세계적인 작가를 꿈꾸는 내가 저런 작가들과 견줄 만한 훌륭한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의구심을 가지며 798 거리를 지나 작업실을 향해 걸어갈 때면 가방에서 아이디어 스케치북을 꺼냈다. 좀 전에 봤던 전시에서 받은 영감을 잊어버리기 전에 스케치와 메모를 해두기 위해서다.
몇 년 동안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스케치 해두었던 양이 이제 제법 많아 보인다. 내가 이런 아이디어도 메모했나 할 정도로 생소한 것까지도 있었다. 재미있는 주제도 있었고 실험적이면서도 현실 불가능할 것 같은 허구맹랑한 스케치들도 있었다.
작업실에 거의 도착 할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년 동안 해둔 이 아이디어 스케치북도 만약 실행에 옮긴다면 몇십 년은 걸리겠는데 앞으로 더 무궁무진 하게 떠오를 아이디어를 다 하려면 아마 천 살이 넘도록 살아야겠다고 말이다.
* 정성준
-조선대 미대 졸업, 러시아 샹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대학 연수, 중국 북경 중앙미술학원 유화과 석사 졸업
-개인전 2회, 단체전 30회
-대한민국신미술대전 특선, 행주미술대전 특선
-현재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여기서 아트는 예술이 아니라 의술을 말하는 거였다. 수많은 질병 앞에서 의술의 무력감을 느낀 히포크라테스가 익혀야 할 의술은 너무 많은데 벌써 늙어 버린 자신을 한탄하며 한 말이었다고 한다. 이 명언을 예술가들이 인용해 예술의 종점에 이르긴 어려운데 사람의 일생은 정해져 있다는 뜻으로 사용돼 왔다.
중국은 경제 성장과 함께 발전된 미술시장 덕택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겨난 798 예술구. 그곳은 예술가들이 싼 임대료와 편리한 작업실을 찾다 우연히 발견한 국영 공장 지대로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예술촌이 형성된 곳이다.
이후 점점 갤러리들도 하나씩 늘어 가며 관광객들도 찾기 시작하면서 798은 베이징의 유명한 관광지이자 작가들의 활동 무대로 발전됐다.
더욱 큰 예술 무대로 발전되길 바랬던 내 기대와는 다르게 차츰 차츰 갤러리들의 숫자들은 줄어들고 예쁜 커피숍과 기념품 상점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중국의 거품 경제가 꺼짐과 더불어 미술 시장도 차츰 어두워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갤러리들이 문을 닫았다. 화려했던 798예술구의 매력은 사라지고 점점 겉치장만 꾸민 상점들만 보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의 국수주의 사상으로 외국 작가들에게 배타적이었던 까닭에 3년동안 조금한 단체전 한번도 끼어 보지 못한 나로서는 아쉬움과 절망감이 컸다.
최근 798 예술구에 위치한 여러 전시장에서는 실험적인 현대 미술이 많이 눈에 띈다. 여러 나라들의 현대미술작가들이 베이징에서 활동하며 영향을 끼친 것도 있지만 외국 유학을 갔었던 중국 작가들이 귀국 후 활동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798의 유명 갤러리들이 외국 거장들의 전시를 자주 열어 나와 중국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위대한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개인전이 UCCA에서 열렸다. 인종차별에 대한 그의 예술작품은 내게 너무 멋진 감동을 선사했다.
매번 그의 작품을 보고 나올 때면 왠지 모를 허탈감에 젖는다. 세계적인 작가를 꿈꾸는 내가 저런 작가들과 견줄 만한 훌륭한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의구심을 가지며 798 거리를 지나 작업실을 향해 걸어갈 때면 가방에서 아이디어 스케치북을 꺼냈다. 좀 전에 봤던 전시에서 받은 영감을 잊어버리기 전에 스케치와 메모를 해두기 위해서다.
몇 년 동안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스케치 해두었던 양이 이제 제법 많아 보인다. 내가 이런 아이디어도 메모했나 할 정도로 생소한 것까지도 있었다. 재미있는 주제도 있었고 실험적이면서도 현실 불가능할 것 같은 허구맹랑한 스케치들도 있었다.
작업실에 거의 도착 할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년 동안 해둔 이 아이디어 스케치북도 만약 실행에 옮긴다면 몇십 년은 걸리겠는데 앞으로 더 무궁무진 하게 떠오를 아이디어를 다 하려면 아마 천 살이 넘도록 살아야겠다고 말이다.
* 정성준
-조선대 미대 졸업, 러시아 샹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대학 연수, 중국 북경 중앙미술학원 유화과 석사 졸업
-개인전 2회, 단체전 30회
-대한민국신미술대전 특선, 행주미술대전 특선
-현재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