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3차 발사 연기는 어른 새끼 손가락보다 작은 동그란 고무링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8시45분께 1단(하단)부에 헬륨을 채워넣기 시작했는데, 헬륨 압력이 적정 수준까지 높아지지 않았다. 조사결과 오전 10시 1분께 연료·헬륨 주입을 위한 로켓 하단과 발사대 연결 부위의 링 모양 고무 실(seal)이 찢어진 것을 발견했다.

로켓 하단-발사대 연결 부위에는 기체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개의 실이 사용되는데, 이 부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헬륨이나 연료를 제대로 채워넣을 수가 없다. 헬륨 가스는 나로호의 밸브 등을 작동하는데 사용된다.

충남대 항공우주공학 허환일 교수는 “헬륨 가스는 추진제(연료·산화제)를 제어하기 위한 밸브를 여닫을 때 필요하다”면서 “또 추진제가 연소할 때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때 헬륨 가스가 옆에서 연소 가스를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나로호 3차 발사의 발목을 잡은 고무링 파손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1단 로켓의 책임이 있는 러시아 측의 분석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배관 등의 문제로 누설이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교과부 노경원 전략기술개발관은 “지난 2009년 1차 발사 때는 발사체 내부 헬륨 가스 탱크에 문제가 생긴 것이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이번 3차 발사에는 아예 처음부터 헬륨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충전해도 압력계의 압력이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은 새는 곳이 있다는 것”이라며 “가스통 주입구를 밀착시켜 주는 실 부분에서 누설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측이 누설 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더욱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다.

러시아 연방우주청(로스코스모스) 공보실장 알렉세이 쿠즈네초프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아직은 정확한 원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러시아 전문가들이 상황을 더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0년 이상의 로켓 발사 역사에서 발사 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고 이를 해결한 뒤 다시 성공적으로 발사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나로호 1단 로켓 제작사인 ‘흐루프니체프’ 측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알렉산드르 보브레뇨프 센터 공보실장은 “로켓을 발사대에서 내려 조립실험동으로 옮긴 뒤 추가 조사를 해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쪽에서 왜 헬륨 가스 유출 얘기가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밝힌 바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언제 로켓 발사가 가능할지 등에 대해서도 “우선 문제 원인 파악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교사를 포함해 6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이륙한 뒤 불과 73초 만에 공중 분해된 챌린저호의 폭발 원인도 역시 고무 오링(O-ring) 때문이었다. 미국 대통령 직속 조사위원회의 원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챌린저호 양쪽에 하나씩 붙어 있는 고체연료 추진기(부스터)의 고무 오링이 연료 점화와 함께 타 버렸고, 여기에서 새어나온 고온 가스가 중앙 외부연료통과 부스터의 연결 부위를 파손시켰다.

/오광록기자 kroh@·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