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1, 2차 발사 실패에 이어 3차 발사마저 연기되면서 러시아와의 나로호 공동 개발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다. 러시아가 만든 1단 로켓의 철저한 비공개 방침 때문에 기술 이전을 기대할 수 없고, 잦은 발사 실패와 연기의 책임 또한 모호하기 때문이다.

나로호 개발의 핵심은 러시아가 사용하고 있는 군용 로켓 엔진 기술을 이전받아 나로호 1단 로켓을 만들고, 한국은 2단 고체로켓과 과학위성을 개발해 나로호 발사체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발사체 전체는 ‘나로호’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나로호의 1단 로켓은 러시아 것이며, 기술 또한 러시아가 가지고 있다.

나로호 3차 발사를 앞두고 열린 1단 로켓 공개 행사는 러시아 정보 당국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나로호 개발 과정에 국내 과학계가 러시아 기술을 상당 부분 습득했다는 평가와 함께 구조적으로 국내 기술로 발사체를 실용발사 할 수 있도록 예산 등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조선대 김재수 항공우주공학과 학과장은 “러시아가 국내에 기술 이전을 상당히 많이 해줬고, 한국은 발사체 개발을 위한 이미 60∼70% 정도의 (기술을 습득한) 상당한 수준이다”면서 “이제는 엔진만 만들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도 “지난 2차 발사 이후 수만 번의 원인 분석과 관련 실험을 했는데, 그 자체가 러시아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번 3차 발사 연기도 러시아의 전적인 책임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과부 노경원 전략기술개발관은 “기술적으로 책임을 묻자면 러시아에 있지만, 기술 시험뿐만 아니라 점검과 헬륨 주입 등은 한국 기술이기 때문에 러시아로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이제는 순수 우리 기술로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 예산을 확충하는 등의 장기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2021년에 한국형 발사체를 실용발사하려면 최소 3조원 가량이 들어가며, 해마다 4000억원을 써야 한다. 하지만 올해 한국형 발사체 개발비는 444억원이었고 내년에는 800억원 뿐이다.

/오광록기자 kr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