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올해로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지 30주년이 되었다. 그동안 사회 각계각층에서 노력한 결과 장애인들의 사회적 역할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은 많은 부분 긍정적으로 변화되어왔다. 특히,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를 보는 시각이 예전보다 많이 관대해진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장애인이 복지와 시혜의 대상이 아닌, 당당하고 유능한 사회인으로 주체적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해 줌에 있어 우리 사회의 보다 많은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함에 있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점은 그들이 장애로 인해 비장애인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이해하고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인정하는 포용적인 자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핫 이슈로 부각되었던 말이 있다. 바로 ‘루저’(loser, 실패자)란 용어이다. 이는 신장이 180cm에 이르지 못한 남자는 성공한 사람으로 봐주기 어렵다는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가 반영된 직설적인 표현이다. 사회적으로 아무리 성공하고 능력을 갖추었더라도 키로 대변되는 외모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수 많은 성형미인들이 명품 핸드백과 명품 옷으로 치장한 채 거리를 자랑스럽게 활보하는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해 있다. 외모지상주의의 만연은 우리 사회를 외모적 편견과 선입관에 물들게 할 수 있다. 이것은 신체적·외모적으로 열등한 특정계층에게는 더 큰 불이익을 가져다주게 됨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가장 크게 피해를 입게 되는 이들은 바로 장애인들이다. 장애인들은 실제로 가진 능력에 비해 신체적·외모적 손상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등록장애인의 80% 이상은 성인기 중도장애인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이들이 장애를 입기 전 모습은 기억하지 않는다. 외모적 편견에 사로잡힌 사회에서 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기능적 손상 여부와 상관없이 존재가치의 다운-그레이드(down-grade)로 직결된다.

장애로 인한 기능적 손상은 보조공학기기 사용에 의하여 얼마든지 극복가능한 핸디캡이 되지만, 외모적 편견에 터 잡은 인식적 차별은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적 불리(不利)로 작용하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의 심화는 장애인의 직업적 선택과 능력의 객관적 평가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정되어 시행되어 온 이래로 2009년 공공부문의 장애인의무고용율이 3%로 상향되었고, 민간부문도 2010년부터 점차적으로 2.7%까지 상향조정되었다는 사실은 장애인고용의 양적 성장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하겠다.

하지만 장애인근로자의 임금수준이나 작업환경 등이 크게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외모적 편견에 터 잡은 인식적 차별이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하는데 있어 여전히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제 우리는 외모적·신체적 판단만으로 장애인이 가진 능력을 도외시해온 잘못된 습관들을 고쳐나가야 한다. 우리 사회가 외모적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장애인이 가진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하여 산업인력으로 편입할 때 우리 사회의 성장원동력은 한층 건실해지게 되고, 진정한 사회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남직업능력 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