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리는 절미의 전라도 방언이다. 쌀 항아리에서 쌀을 퍼낼 때 한 움큼씩 덜어서 다른 곳에 모아두는 쌀이 좀도리 쌀이다.

쌀이 화폐나 다름없던 옛날에는 이렇게 모은 쌀은 긴한 일이 생겼을 때 팔아서 해결하거나 남을 돕는데 사용했다. 덜 먹고 아껴서 좋은 일에 쓰려고 모은 쌀, 좀도리 쌀은 세태가 변한 오늘에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과 정을 전달해 주는 훈훈한 인심의 상징어다.

정남종(67) 광주시 북구 중흥동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지난 2월3일 좀도리쌀로 모은 20㎏ 15포대를 (재)한울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북구 생용동 패밀리요양원에 전달했다. 기탁자를 대신한 행사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어서 보람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중흥동 새마을금고는 올해도 좀도리 쌀 107포대를 모금했다. 10년 전 이사장으로 취임한 정 이사장이 올해까지 모금한 좀도리쌀만 800여포대나 된다. 취임 초만 해도 40∼50포대 모금에 불과하던 것이 최근 4∼5년 사이에는 해마다 100포대 이상이 기탁된다.

좀도리쌀 모금은 새마을금고연합회가 27년 전부터 전국의 새마을금고를 통해 모금한 뒤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오고 있는 행사다.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좀도리쌀 모금에서 중흥동 새마을금고는 단연 빼어난 실적을 올렸다. 이런 배경에는 정 이사장의 이웃에 대한 배려와 남다른 관심이 크게 기여한다. IMF이후 새마을금고들이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취임한 정 이사장은 원칙과 소신있는 정도 운영을 통해 중흥동 새마을금고의 신용도를 높였다.

덕분에 2000년도 84억원 규모의 자산을 380억원으로 증가시켰다. 새마을금고를 지역주민과 더욱 밀착된 예금기관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그러자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금고의 운영도 활발해 지는 시너지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모금된 쌀은 기탁한 분들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추천을 받아 총회에서 결정해서 배정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도움을 줄 곳이 많아져 되도록 많은 사람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3000명의 회원과 함께 서민형 금고로 지역밀착형 운영을 하고 있는 중흥동 새마을금고가 십시일반 모아진 좀도리쌀로 지역을 따뜻하게 덥히고 있다.

▲ 박승희·광주시 북구 문흥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