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3시30분 광주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2층 호남제과전문학원. 건물 전체에 빵 굽는 냄새가 가득하다.

옹기종기 모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실습해 보는 학생들의 모습에는 열정과 희망이 넘쳐흐른다.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후에 열리는 ‘퓨전새댁네 베이커리, 세모, 네모, 동그라미’ 프로그램 현장이다.

광주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한신애)는 결혼이주여성의 새로운 직업개발 및 취업, 창업의 확대와 결혼이주여성들의 자기계발을 통한 사회 적응능력 및 자존감 향상, 취업에 따른 경제적 기반 능력 조성을 위해 설립한 기관. 가족의 역량 강화,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 인식향상을 위해 웅진재단의 후원으로 제과제빵 및 음청류 직업훈련 및 취업 연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개강한 이 프로그램엔 현재 12명의 결혼이주여성이 공부하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일본, 중국, 태국, 캄보디아 등 출신 국가도 다양하다.

빵 가게를 차리고 싶어 프로그램에 등록했다는 필리핀 출신 핑키(32)씨는 “정말 정말 재밌고 하루하루가 신난다”고 말한다. 야무진 체구의 그녀는 수업 분위기를 이끄는 ‘똑순이’이로 통한다.

오전에는 센터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가끔 아이 돌보는 일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통역 봉사도 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직접 만든 빵을 만들어 주고 싶어 수업을 받고 있다는 광주 거주 15년차 주부 사이요코(46)씨는 빵 만들기를 배우고 나서 집에 웃음꽃이 피었다고 자랑했다.

평소에는 이야기할 기회가 자주 없었는데 만든 빵을 가져가 아이들 셋과 서로 나누어 먹으면 화기애애해지고 사랑도 커진다고 말한다. 집에 돌아가면 인사보다 먼저 “엄마, 빵∼”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수업이 술술 잘 풀리는 것만은 아니다. 제과·제빵 용어가 어렵다 보니 이해 못 한 부분이 종종 생긴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온 티늉(26)은 “문장이 너무 어려워요, 모르는 단어가 많은데 사전을 찾아도 없어요. 고민고민하다가 집에가 남편에게 물어보곤 해요”라고 말했다.

전문적인 제과·제빵사가 되려면 검정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결혼이주여성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한국어 문장이 문제다. 웬만한 실력으로는 전문용어로 된 검정필기시험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어에 서투르지만 자격증까지 도전하기 위해 필기시험 교재를 사서 그룹스터디도 하고 있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 자격증에 도전해보겠다”는 주엔(22)씨는 3월 필기시험에 맞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모르는 단어는 선생님에게 물어가며 열심히 익히고 있으나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걱정한다.

실습과정으로 만들어진 빵은 가족과 소외계층과 나누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광주시 서구 양동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을 찾아 함께 나눠 먹었다.

오는 4월부터는 다양한 떡과 떡케익, 디저트를 만드는 퓨전떡 만들기 과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박애리·광주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