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주 토요일,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놀토’이므로 아이들 성화에 밖으로 나가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하는 날이라 분주히 움직인다.

매월 둘·넷째 토요일에 상무지구 무각사 주차장에서 열리는 재활용 나눔장터에 아이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평상시 휴무 토요일과는 다르게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 애들을 데리고 갔다. 행사장을 찾아가는 길은 따뜻한 가을 날씨와 나뭇잎은 오색으로 물들어 반기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오전 9시부터 나눔의 장터에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목 좋은 곳에 내 물건을 진열해 알리고 싶어하는 아줌마, “어디 물건들 구경 한번 해 볼까”하고 나오신 노부부, 아이들에게 나누고 아껴 쓰게 하는 마을을 갖게 해주고 싶어 장터에 참여한 가족, 모두들 신이 난 표정이었다.

나도 책을 진열해 책의 주인을 만나게 해 주어야 하는 오늘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책 진열을 애들과 함께했다. 책 진열을 하면서 이 많은 책이 주인을 찾아갈까? 하는 의구심과 어차피 남은 책은 아름다운가게에 주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책 진열을 했는데, 이건 웬걸 책 진열을 다 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와 책이다. 이 책 얼마여요?, 새 책인데, 정말 천원씩 해요” 한 마디씩 묻기 시작했다. 처음과는 달리 신나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처음에 진열해 판매하라고 할 때는 마지 못해 하는 눈치였는데,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하기 시작하자 당당하게 책값이 천원이라고 말하면서 책을 사가는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까지 하는 것이었다. 나도 신이 났고 애들 또한 신이 났다.

책을 사고 안 사고 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책 구경을 하는 것이 참 좋았다. 이 책 저 책을 펼치며 고르는 할아버지, 어떤 책이 좋을까 하면서, 우리 손자에게 책 한 권 사 주어야지 하면서 애들 책을 열심히 찾는 할머니, 책을 골라 놓고 다른데 구경하고 올 테니까 맡아달라는 아줌마, 서로 책을 고르면서 이 책 좋겠는데요 하는 모습 등이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의 소통의 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재활용 장터 ‘보물섬’을 제안하신 무각사 청학 스님도 오셔, 책을 사시면서 “장터에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서 여러 사람과 함께, 책 속에 담긴 지혜와 따뜻한 이야기들로 서로 나누며 함께하는 사회를 이루어 가길 바란다”고 좋은 말씀을 주셨다.

또한 전주언 서구청장은 무각사에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에 비치해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시구를 선사했으면 좋겠다며 시집 20권을 사주었다.

지역 언론사에서 기증받은 책 200여 권은 아낌없이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장터에서 판매되었다. 이날 판매된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위해 전액 기부했다.

우리 모두는 보람되게 ‘나눔의 장터’에서 한나절을 보냈으며 “다음에도 옷과 장난감, 신발 등을 가지고 참여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손은영 〈광주시 기후변화대응과 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