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의 발목을 잡아온 옛 도청 별관 철거 논란이 1년 3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박광태 광주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옛 도청 별관 문제 해결을 위한 10인 대책위’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2일 ‘어떤 형태로든 별관을 보존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한 것이다.

정부와 10인대책위는 합의문에 5·18 광주항쟁 유적인 별관의 존치를 바라는 5월 단체 등의 주장과 문화전당 공사 정상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대승적인 취지를 담았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별관 논란은 종지부를 찍어야 하고, 문화전당 건립에 더 이상 차질을 빚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일각에는 광주의 미래도, 별관 보존 취지도 온전하게 담지 못한 ‘정치적인 타협안’이라는 상반된 시각도 있다.

애초 유 장관은 지난 22일 10인 대책위에 ‘별관철거(설계원안)+5월 상징성 보강’, ‘별관원형 보존’ 등 2개안을 제시했다. 별관철거는 문화전당 공정의 추가 차질을 막기 위해, 원형보존은 5월 유적 보존 취지를 살리기 위한 차원의 제안인 셈이다.

10인대책위가 장관을 설득한 끝에 별관 일부존치라는 합의안을 이끌어냈지만, 그 함의는 간단치 않다. 정부가 이번 합의로 문화전당의 공기 지연에 대한 면책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국책사업인 전당 건립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두번째로, 랜드마크 논란은 건립시기를 2010년에서 2년 미뤘었다.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 도시 추진단장은 지난 25일 광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전당 건립시기가 이번 합의로 얼마나 늦춰질 지를 언급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된다”며 “최선이 아니면, 결정된 차선으로 가는 것이 옳다”며 말을 아꼈다. 사실상 전당 공기의 추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이런 배경에서 정치인들에게 지역 사회의 미래를 맡기고 책임있는 용단을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옛 도청 별관 논란이 정치적인 선택으로 매듭지어진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구심점이 없는 5·18 민주, 인권 도시 광주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6월24일 별관 철거논란이 불거진 후 지역 시민사회 단체 등이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 했다. 하지만 각 단체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사실상 논란으로 세월을 보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5월 단체는 별관 보존 투쟁 승리라는 전과를 얻었지만, 때늦은 별관보존 투쟁으로 문화수도의 조기 건설을 바라는 시민들과 좁히기 어려운 간극을 만들기도 했다.

더 큰 아쉬움은 별관철거 논란 과정에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진행되는 광주가 문화수도를 가질만한 성숙한 도시인가?”라는 외부의 달갑지 않은 시각이 새롭게 제기됐다는 것이다.

/윤영기 정치부 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