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초 울산에서 열린 ‘전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 포럼의 열기는 뜨거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주최한 포럼의 주 안건은 ‘지역문화예술진흥사업 기금 배분 방안’.

최근 광주 등 지역 언론들이 ‘문화예산의 서울 집중화’를 성토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성명서가 발표되는 등 홍역을 치른 터라 주최측이나, 지역 문화재단과 자치단체 공무원 등 참석자들은 긴장한 상태에서 토론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이번 포럼이 의견을 모으는 자리인지, 일방적인 통보 자리인지 행사 성격부터 따졌다. 또 지역여건을 무시한 서울중심 신규사업 시행, 사업 계획 늑장 확정으로 자치단체 예산 확보가 어려운 점 등 위원회의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 참가자들과는 조금 다른 발언을 했다. 위원회와 문광부에 들어가 수시로 정책을 조율하는데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부러운’ 하소연이었다. 지역예술인이나 공무원의 경우 ‘의견 조율’이나 ‘로비’는 고사하고, 정책이나 지원 등 정보에 접근하기조차 힘들다. 문서나 전화를 통해 얻는 정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예산 확대 등 개선점이 수두룩하지만 위원회가 ‘귀’를 열고 지역의 소리를 들으려한 건 긍정적이다. 지역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서울과 지방의 예산 배분율을 조정하고, 15일 광주서 정책설명회를 갖기로 하는 등 지역과 소통하려는 움직임은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1주일 후 오광수위원장의 발언은 뒷통수를 쳤다. 예술활동의 70∼80%가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위원회 전체가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은 어렵겠다는 발언이었다. 서울 예술인들과 직원들의 불만이 있어 “이전이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위원회는 2012년까지 150명 중 서울의 시설관리 인력 49명을 제외한 전원이 나주로 이주하게 돼 있다.

기득권을 빼앗길 서울예술인들이나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하는 직원들의 불만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이전이 논의된 초창기부터 제기됐던 문제였다. 이미 지방 이전소위원회까지 꾸려지고, 이전 준비를 진행해야하는 상황에서 새삼스레 문제를 끄집어 낸 저의가 궁금하다. 위원회는 이번 발언이 위원장의 ‘사견’이고, 정책결정은 위원회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예술위원 10명 중 9명이 서울 인사임을 감안하면 왠지 꺼림칙하다.

지난 포럼에서 위원회측은 적은 예산을 가지고 지역이기주의로 싸울 게 아니라, 문화예술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힘을 모으자고 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번 오위원장의 발언에서 보듯, 위원회의 ‘서울중심적’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다면, 파이가 커진다 한들 그건 또 다시 서울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위원회, 더 나아가 문광부의 과감한 의식 전환이 없다면, 문화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서울’의 일그러진 모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미은 문화부 차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