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쌀소득 등 보전 직접지불제’(이하 쌀 직불금) 부당수령 파문 이후 쌀 직불금 신청요건이 강화되면서 애꿎은 임차농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땅주인들이 농지를 회수하거나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꺼리기 때문이다.

30일 영암군에 따르면 쌀 직불금 등록신청을 지난 10일 접수마감한 결과 신청농가가 지난해 9천686명, 1만6천558ha 면적에서 올해는 9천132명, 1만6천540ha으로 각각 554명, 6%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군 직불금 신청은 11개 읍·면 전지역에 걸쳐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특히 영암읍(1천101→893건)과 학산면(750→658건)에서 평균보다 높게 감소했다. 면적은 군서면(2천118→2천23ha)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접수창구가 주소지에서 농지 소재지 읍·면으로 바뀐 탓도 있지만, 직불금보다도 양도세 감면에 더 관심이 많은 지주들이 임대를 포기한 채 농지를 회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농사를 짓더라도 3천700만원 이상 농업외 종합 소득금액이 있을 경우 신청을 받아주지 않아 농업을 겸직해온 상당수 급여 생활자와 자영업자가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특히 외지 경작자의 경우 심사가 워낙 까다로워지면서 탈락됐을 경우 조사를 받거나 사법처리 등을 우려한 일부 신청자들이 아예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격조건은 현재 신청지역 읍·면 거주자가 아니거나, 동지역 거주자의 경우 인근 농경지 농민 3인 이상의 자경 보증과 2005∼2008년 중 직불금 1회 이상 지급받은 대상자에 한해 직불금을 받도록 하고 있다. 외지인이 거주지에 농지가 없을 경우 해당 지역에서 1만㎡이상 농사를 지어야 하는 등 부재지주의 신청자격도 대폭 강화시켰다.



임차농들의 임대차계약서 요구를 대부분 거절하고 있는 상황에서 5천280㎡(1천600평) 규모의 논을 임차했다는 김모(62·영암읍)씨는 “직불금을 신청하려고 땅주인에게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보상금 받을 때 내가 피해 보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인근 임차농의 90%는 나와 사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시설농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모(56·시종면)씨는 “구두로 계약하고 땅을 빌려 농사를 짓다 보니 자연재해라도 발생하면 피해보상도 받을 수 없다”며 “정부가 임차농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이모(58·시종면)씨는 “

직불제 신청요건이 강화된 이후로 비료·농약 등 농자재를 살 때 땅주인 이름으로도 영수증을 끊어줘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생겼다”며 “이 일대 농가 대부분이 땅주인으로부터 농지를 회수 당하거나 땅주인 이름으로 농사를 지어주는 관리인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쌀 직불금은 지난해 영암은 116억4천여만원이 지급됐지만 올해는 116억8천여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농업진흥지역 안의 농지 1ha당 74만6천원과 비 진흥지역 1ha당 59만7천원의 고정 직접지불금 지원기준에 의해 지난해 타 시·군에 신청했던 진흥지역(간척지) 신청자들이 올해는 영암으로 신청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쌀 직불금 신청이 허위사실로 드러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는 별도로 직불금을 받았을 경우 2배로 이를 반환해야 한다.

/영암=이상휴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