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동안 매일 시간대별 일지를 기록해 보고하라니 말이나 됩니까?”

지난해 영암군으로 전입해 올해 귀농인 정착지원금을 받기 위해 신청한 A모(55·광주 출신)씨는 불만부터 털어놨다.

A씨는 대도시에서 사업에 실패한 뒤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 영암을 찾았다. 그러나 지원자금 신청절차가 까다롭고 제한사항도 번거로워 군이 제시한 지원내용은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의 경우 지원금을 받으려면 농사경력이 많은 5ha 이상 농지를 소유한 선도농가를 정해 매일 현장실습교육을 받아야 하는데다, 심지어 시간대별 교육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일일이 일지에 붙여 면 담당자에게 보고해야 했다. A씨는 두달 동안 이리저리 쫓아다니다가, 결국 귀농을 포기하고 말았다.

영암군이 올해부터 귀농인 정착지원사업에 본격 나서고 있으나, 비효율적인 지원시스템 등으로 인해 신청자가 적고 중도탈락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17일 현재까지 영암관내 귀농정착금 신청자는 11가구에 44명에 불과하다. 이는 인근 강진군 31가구 101명, 해남군 29가구 79명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군은 지난해 말 ‘귀농인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귀농정착금, 빈집수리비 지원과 농업인턴제 교육비 등 지원책을 마련했다. 예산도 4억4천250만원(농림부 보조 3억6천400만원, 군 자체 7천850만원)을 확보, 귀농인 유치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홍보 미흡과 읍·면사무소 실무자들이 지원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귀농희망자들의 신청이 저조한 상태다.

지원내용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매월 30만∼40만원의 정착지원금은 A씨와 같은 농업관련교육을 이수해야 받을 수 있는데다, 교육장소도 영암관내가 아닌 광주 등 원거리에 위치해 있어 이수과정이 ‘고행길’이라는 얘기다.

집 수리비는 5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본인이 30%를 부담해야 하고, 창업자금 융자는 담보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조항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6년 이내에 농업을 포기할 때는 지원금을 몽땅 반환해야 한다는 것도 희망자들을 옥죄고 있다.

이와 관련, 귀농신청자 K모씨는 “군이 정말로 귀농사업을 지원하는 건지, 아니면 무늬만 지원사업인지 모르겠다”면서 “귀농인들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 체계적인 사업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강진군과 해남군은 정착금으로 각 3천만원, 5천만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특히 해남군의 경우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1억원 한도내에서 사업비의 50%를 지원해주고 있다.

/영암=이상휴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