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투(31)씨는 지난 1997년 7월 방글라데시 브로커에게 8천 달러(한화 800만원)를 주고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경기도 일대를 떠돌며 불법체류자 생활을 한 것만 10여년. 힘든 상황에서도 지난 2005년 애인 이진숙(28)씨를 만났고, 이듬해 11월 결혼까지 약속했다.
문제는 혼인신고 과정에서 생겼다. 국제결혼의 특성상 혼인신고를 마치고 식을 올려야 하지만 방글라데시 정부에서 혼인신고 서류를 계속 반려하는 것이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면 자동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던 먼투씨도 이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 결국 강제출국 당했다.
아내 이씨는 혼인신고 서류를 다시 제출하기 위해 임신한 몸을 이끌고 방글라데시로 건너갔다. 하지만 이씨는 현지 한국대사관에서 청천병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남편이 그동안 3번이나 결혼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남편이 한국으로 건너올 때 브로커에게 넘겨줬던 여권이 문제였다. 브로커들은 먼투씨의 여권을 분실신고하고 사진을 바꿔치기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여권을 만들어냈다. 또 이 여권으로 신분을 위장한 남성을 한국인 여성과 결혼시키고 한국국적을 취득 시킨 것이다. 먼투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 번 혼인한 남자가 되버린 것이다.
이 모든 일이 방글라데시에 주민등록제도가 없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한 사람이 이름과 나이를 바꿔서 여권 10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정도다. 결국 먼투씨와 이씨는 방글라데시의 한 한국어학원에서 일을 도우며 혼인신고 서류가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안현주기자 a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