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대 1의 관문을 뚫고 우리는 한국행 티켓을 쥐었습니다”
지난 14일 베트남 하떠이성의 노동건설전문기술대학에는 47명의 수강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베트남 당국이 최근 실시한 한국행 노동자 선발시험에 통과한 뒤 한국 기업들로부터 취업 확정통보를 받은 남녀 청년들이다. 시험 응시자가 무려 1만4천552명이었으므로 300대 1이 넘는 엄청난 경쟁을 통과한 우수인력들이다.
이들은 한국 입국을 앞두고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갖은 고생 끝에 한국어 시험과 건강검진 등의 ‘관문’을 통과했지만 누구보다 빨리 한국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비장함 마저 감돌았다.
현재 베트남에선 노동자들의 한국 송출을 앞두고 70시간에 걸쳐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에 대한 ‘사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에서 100㎞ 가량 떨어진 ‘사전교육’시설은 베트남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취업 요람’으로 통한다. 이 곳을 거쳐야만 한국과 일본, 대만 등 급여나 근무여건이 월등한 해외에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지난 2004년 8월 고용허가제도(EPS)가 도입된 이후 입국 희망자들이 폭주하는 추세다.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처우가 크게 개선됨으로써 현지인들 사이에서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반면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는 기존 산업연수생제도를 고집하고 있어 베트남인들의 선호도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산업연수생제의 경우 급여가 낮은데다 인권유린 사례가 자주 베트남에 알려지고있기 때문이다.
이날 ‘사전교육’도 한국의 고용허가제에 대한 설명이 주류를 이뤘다. 강사들은 최저임금법에 의한 시간당 3천480원의 급여 보장을 비롯 ▲산재보험 ▲1년 이상 근무시 퇴직금 보장 ▲체불임금 보장 등을 주로 설명했다.
교육생들 또한 한국의 노동여건 개선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3년간 근무한 뒤 3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러나 베트남 역시 ‘한국행’을 미끼로 목돈을 챙기는 브로커들로 몸살을 앓고있다.
베트남 노동자 위엔(39)씨는 “한국에서 7년간 근무하면서 6만 달러의 돈을 모았지만 현재는 일거리도 없고 급여도 너무 낮아 쉬고 있다”며 “최근 브로커에게 1만2천달러를 주고 비자를 받는 등 한국에서 다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