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빨리 가보고 싶은 마음에 자나깨나 한국어 공부에 열중했는데 만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카에 거주하는 라집(23)씨는 지난 2월 치러진 한국어검정능력시험에서 방글라데시 응시자 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가 내민 성적표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의 직인과 함께 ‘듣기 100점, 읽기 100점, 합계 200점’이라는 최고 성적이 기록돼 있었다. 한 문제당 4점씩, 읽기와 듣기시험 50문항을 모두 맞춘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성적에 비해 그의 한국어 공부 경험은 짧다. ‘부모님과 형제들을 위해 한국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불과 3개월 전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자와 통역 없이 한국말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 어휘력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단어를 외우고 받아썼고, 뜻이 생각나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학원의 수강기간이 끝난 뒤에도 거의 매일 학원을 찾아가 강사를 귀찮게 했었죠.” 놀라운 성적의 비결은 그가 성적표와 함께 보여준 연습노트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
하지만 최고성적을 받은 라집씨도 ‘한국행’을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그는 “적지 않은 응시료를 내고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한국 기업에서 불러주지 않으면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며 “한국을 동경하는 방글라데시 응시생들의 마음을 헤아려 한국 정부가 꼭 일자리를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한국어 시험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전체적으로 시험의 난이도가 낮은데다 한국어 시험문제를 방글라데시 언어로 잘못 해석해 준 것도 학생들을 헷갈리게 했었다”며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인을 이해하고, 한국문화도 배울 수 있도록 시험방식이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