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정치적 현실로 인해 응시생들이 네팔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난달 28일 정오 카트만두 시내에 위치한 ‘시바쁘리 중·고등학교’ 한국어능력시험장에서 만난 네팔 EPS(고용허가제·Employment Permit System) 감독관 러치미나라먼 우쁘레디(49)씨는 “정부를 믿지 못하는 네팔 젊은이들이 인력송출 브로커들에게 어렵게 모은 돈을 건네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우쁘레디씨는 지난 3개월 동안 네팔의 EPS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한국에 보내달라’는 청탁을 수없이 받았다. 브로커들이 ‘돈의 일부를 EPS 직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응시생들을 속이면서 개인적으로 자신을 알고 있는 응시생들이 ‘한국행’을 청탁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지금까지 전화와 방문을 통해 청탁을 받은 것만 15건이 넘을 정도다.
응시생들의 피해사례가 속출하자 네팔 EPS 사무실 측은 유력 일간지와 방송사, 잡지 등을 통해 ‘브로커를 조심하라’는 광고를 10여 차례 내보냈다. 하지만 막강한 조직과 자본력을 갖춘 브로커들의 활동을 저지시키기에는 부족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인력송출 전문업체를 경영하며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 브로커들이 한국어능력시험으로 인해 독자적인 송출이 어려워지자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투명한 인력송출이 이뤄진다면 피해가 줄어들겠지만, 미디어가 발전하지 않은 네팔에서 당분간은 이런 피해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