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땅끝이 한반도 육지의 최남단이라면 해남 달마산 미황사(美黃寺)는 육지의 가장 남쪽 끝에 있는 절이다. 두륜산 자락은 땅끝으로 이어지다 달마산에서 수직 바위를 일렬로 정렬시켜 놓았다. 해발 489m로 그다지 높지 않으나 해수면에서부터 솟아 오른 탓에 산세가 녹록치 않다. 칼처럼, 창처럼 솟구친 바위의 능선은 달마산 정상인 불선봉을 지나 도솔봉까지 약 8㎞에 걸쳐 이어진 다음 땅끝에 솟은 사자봉에서 갈무리된다. ‘남도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달마산을 병풍삼아 서편 자락 볕 좋은 곳에 미황사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육지 최고 끄트머리에 있는 절인 탓일까? 입장료도 주차요금도 없다. 】〉〕 미황사로 올라가는 길은 동백나무 숲길이다. 누각 밑을 지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넓은 절 마당. 그 마당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소박하지만 기품있는 대웅전과 함께, 그림처럼 펼쳐진 달마산의 기암괴석이 한눈에 들어온다. 달마산이 둘러싼 대웅전은 이곳으로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두 팔로 안아줄 듯 포근하게 맞아준다. 긴 세월동안 단청의 빛이 바래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이다. 화장하지 않은 기둥과 지붕은 투명한 나무빛 그대로다. 보물 947호로 지정된 대웅보전 천장에는 범어로 쓰여진 글자와 일천불의 벽화가 있는데 국내에서 보기드문 수작이다. 천장 곳곳에 그려진 천불의 부처님 때문에 미황사 대웅전에서 세 번만 절을 올리면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부처님이 천 분 계시니 세번 절하면 삼천배가 돼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이 대웅보전 안에는 고려 불화의 아름다움과 조선 불화의 단순미를 고루 간직한 괘불이 모셔져 있다. 이 괘불은 조선 후기 괘불로 높이가 12m, 폭이 5m나 돼 괘불을 거는데만 30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가뭄이 극심할 때 이 괘불을 걸고 제사를 지낸 후 달마산 정상에 올라 불을 지피면 비를 내려준다고 한다. 실제 1992년 한해 때 기우제를 지냈는데 제를 지내고 서너 시간이 지나자 달마산으로 먹구름이 몰려와 폭우가 쏟아졌단다. 신령한 기운이 서린 괘불은 보관이 어려워 괘불제를 지낼 때만 볼 수 있다.〔〈【 대웅전을 가운데 두고 좌우의 요사채와 뒤쪽의 응진당은 뒤에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달마산의 산세와 잘 어우러져 선경을 빚어낸다.】〉〕 〔〈【넓은 절 마당을 지나 좌우에 놓인 계단을 올라 옆문으로 대웅전 안에 들어가면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두 부처님이 앉아 있다. 】〉〕대웅전에서 나와 돌담이 트인 쪽으로 올라가면 응진당이 나온다. 응진당은 규모는 작지만 화려함을 갖추고 있어 대웅전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단청이 깔끔하게 형형색색으로 되어 있어 대웅전의 맨얼굴과는 또 다른 화려함을 느끼게 한다.〔〈【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웅전이 기품있게 화려하다면 응진당은 화려한 색을 동원해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 청명한 날이면 대웅전 앞에서도 저 멀리 서해바다와 다도해가 시야에 잡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대웅전과 응진당을 지나 서편으로 난 아름다운 동백숲 길을 따라 약 10여분 정도 걷노라면 달마산을 배경으로 부도와 탑비가 모셔져 있다. 각각의 부도에는 서남해의 해산물과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식물들이 조각되어 있다. 게와 물고기, 거북 심지어 다리를 꼬고 앉은 오리, 방아찧는 토기도 보인다. 이 부도밭의 주인공들은 서산대사의 제자들이다 서산은 임진왜란 후 자신의 의발(衣鉢)을 해남 대흥사에 전수했고, 그로부터 서산의 법맥은 해남 대흥사와 미황사, 강진의 백련사로 그 영향력이 확대되어 갔다. 이렇게 해서 미황사는 서산의 후예들이 남도불교를 일으킨 진흥지가 되었다. 미황사를 감싸안고 있는 달마산 등반은 험하지도 또 지루하지도 않아 산행에 적격이다.〔〈【 초록의 터널을 지나는 길 내 숨소리마저 싱그럽다. 】〉〕 30여분 오르면 달마산 바위 병풍이 앞을 막아서고 뒤 돌아서면 해남의 붉고 푸른 들판이 펼쳐진다. 조금만 더 오르면 능선의 정점 문바위다. 건너편은 해남의 서편 바다가 손에 닿을 듯 하다. 공룡의 등줄기처럼 톱니처럼 늘어선 달마산 암봉 능선도 옆에서 보니 흐름이 더욱 급하게 물결치고 있다. 미황사는 2002년부터 템플스테이를 실시하고 있다. 예불 참선 다도 등 산사에서의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매년 여름과 겨울에 단기출가형식(7박8일)으로 50명을 모집하는 ‘한문학당’은 전국에서 학동들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문의 (061-533-3521)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