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보다 힘겨운 농촌지역의 삶
2025년 09월 07일(일) 16:41
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
농촌 자살률 도시의 1.2배
2023년 기준 10만명 당 31.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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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농촌지역 자살률이 10만명 당 30명 수준으로 도시보다 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촌 거주 80대 이상 초고령층의 자살률은 도시의 2배 수준이었다.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간한 ‘농촌 지역 자살예방을 위한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촌지역 자살률은 2023년 기준 10만 명 당 31.7명으로 도시 지역(26.8명)의 1.2배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농촌지역 자살률은 최근 10년 간 10만 명 당 30명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연도별로 2014년 33.9명, 2017년 29.5명, 2020년 30.7명, 2023년 31.7명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인구감소지역 내 농촌의 자살률이 확연히 높았다.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의 10만명 당 평균 자살률은 2023년 기준 41.8명이었고, 이 중 농촌(62개 군)의 자살률은 48.7명에 달했다. 반면 인구감소지역이면서 도시지역인 경우 자살률은 32.6명이었다. 농촌이면서 인구감소지역인 경우 자살 위험이 컸다는 뜻이다.

농촌지역 자살률은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39.7%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64세 중장년층(31.0%), 20~49세 청년층(27.6%) 순이었다. 도시에서 청년층의 자살률이 41.7%로 가장 높고, 고령층은 26.2%로 가장 낮았던 것과 대비된다.

특히 농촌지역 80대 이상 초고령층의 자살률은 17.7%로 도시(8.9%)의 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농촌지역의 고령층 자살률이 도시보다 높았던 주요 원인으로는 ‘신체적 어려움’과 ‘외로움’이 지목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3년 조사한 ‘사망원인통계’에서 농촌지역 고령층의 자살 생각 이유로는 신체적 어려움이 62.9%를 차지했다.

고령에도 농업에 종사하면서 허리질환 등의 통증 질환에 시달리지만, 농촌 특성상 교통 인프라 부족, 동거가족 부재 등으로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자녀들의 도시 이주 및 농촌 독거노인 증가세 등으로 외로움이 13.3%를 기록했고, 경제적 어려움(9.1%), 정신적 어려움(4.7%) 등의 비중이 높았다.

앞서 정부는 농촌지역에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높은 자살률을 보이자, 지난 2004년 이후 주기적으로 ‘자살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못했다. 실제 지난 1~4차 기본계획에서는 내세운 자살률 저하 목표치는 지난 20년간 단 한번도 달성된 적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는 ‘5차 자살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자살률을 18.2명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생명 안전망 구축, 자살 위험요인 감소, 맞춤형 자살 예방 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자살예방의 중요성을 감안해 25억여원의 자살예방 대책 수립 지원 예산을 추가 편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기적인 자살예방 캠페인 등의 활동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농촌 균형 발전 및 의료 시스템 구축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KREI는 우리나라도 자살률 저하 등을 위한 지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농촌에 특화된 자살예방 대책은 부재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어 농촌의 자살예방 강화를 위해서는 농촌 맞춤형 자살 취약성 분석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자살예방을 위한 전용기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본인 또는 주변의 가족·지인이 우울감 등 어려운 고민을 겪고 있는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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