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언저리를 바라보는 다정하면서도 곧은 목소리
2025년 01월 27일(월) 11:35 가가
유진수 시인 시집 ‘네가 우는 줄도 모르고 밤새 물들었다’ 펴내
유진수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네가 우는 줄도 모르고 밤새 물들었다’(물학들)을 펴냈다.
지난 2022년 이후 펴낸 이번 시집은 일상에서 길어 올린 비유와 감성을 자신만의 시어로 형상화했다.
시인은 지나친 관념이나 현란의 수사가 아닌 발을 딛고 선 삶의 언저리를 섬세한 눈으로 바라본다. 다정하면서도 곧은 목소리가 밴 시들의 울림은 간단치 않다.
‘단풍’, ‘나주곰탕’, ‘기왓장에 핀 사랑’, ‘깻잎의 비밀’, ‘태풍’, ‘바늘에 실을 꿰며’, ‘매화 지고 벚꽃 피니’ 등의 시들은 삶의 현장에서 체득된 사유를 정갈하게 풀어낸 작품들이다.
유 시인은 “지난 2022년에 이어 펴낸 이번 작품집은 모두 57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며 “삶 속에서 환기하는 정서와 의미, 이미지 등을 담담하게 풀어냈다”고 전했다.
‘세월을 삶으면 이런 맛일까/ 질긴 양지 사태 곰고 고아/ 말라 비틀어진 중년의 생채기/ 초여름 가랑비 내리듯/ 담백하게 달랠 수 있을까//IMF에 등 떠밀린 객지살이/ 미국발 금융 위기로 쫓겨나고/ 코로나 팬데믹 셧다운/ 급살과 횡액에 식어버린 마음/ 토렴하듯 데울 수 있을까// 밥알 쪼개 입에 넣어 주던/ 어머니의 강이 약속처럼 흐르고/ 뒤를 품어 다독이던/ 아버지의 평야가 물결치는/ 곰탕 한 그릇//(후략)’
위 시 ‘나주곰탕’은 곰탕 한 그릇에 담긴 지나온 세월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시대적 상황과 맞물린 개인과 공동체의 일상사를 ‘곰탕’에 은유해 풀어냈다. 기저에는 무한한 어머니의 사랑과 평야로 상징되는 아버지의 삶이 투영돼 있다.
곰탕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녹록지 않은 세월과 그 세월을 견뎌낸 이들의 숭고한 삶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백수인 시인은 “유진수 시인의 작품에서처럼 비유와 융합의 언어적 장치는 그 자체로 새로운 시적 정서를 만들어낸다”고 평한다.
한편 광주 출신의 유 시인은 2021년 ‘세종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네’를 발간했다. 현재 독서저널 ‘책읽는광주’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지난 2022년 이후 펴낸 이번 시집은 일상에서 길어 올린 비유와 감성을 자신만의 시어로 형상화했다.
시인은 지나친 관념이나 현란의 수사가 아닌 발을 딛고 선 삶의 언저리를 섬세한 눈으로 바라본다. 다정하면서도 곧은 목소리가 밴 시들의 울림은 간단치 않다.
유 시인은 “지난 2022년에 이어 펴낸 이번 작품집은 모두 57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며 “삶 속에서 환기하는 정서와 의미, 이미지 등을 담담하게 풀어냈다”고 전했다.
‘세월을 삶으면 이런 맛일까/ 질긴 양지 사태 곰고 고아/ 말라 비틀어진 중년의 생채기/ 초여름 가랑비 내리듯/ 담백하게 달랠 수 있을까//IMF에 등 떠밀린 객지살이/ 미국발 금융 위기로 쫓겨나고/ 코로나 팬데믹 셧다운/ 급살과 횡액에 식어버린 마음/ 토렴하듯 데울 수 있을까// 밥알 쪼개 입에 넣어 주던/ 어머니의 강이 약속처럼 흐르고/ 뒤를 품어 다독이던/ 아버지의 평야가 물결치는/ 곰탕 한 그릇//(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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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수 시인 |
백수인 시인은 “유진수 시인의 작품에서처럼 비유와 융합의 언어적 장치는 그 자체로 새로운 시적 정서를 만들어낸다”고 평한다.
한편 광주 출신의 유 시인은 2021년 ‘세종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네’를 발간했다. 현재 독서저널 ‘책읽는광주’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